19화 [무대륙 사대문파 편] 5화. 황용의 추억
황용의 추억
무대륙에 사대문파가 형성될 즈음,
동사 도화도에는 황약사 황용이 있었다.
무대륙 삼대 검술가라 하면 독고구검의 독고영, 천산 마교 구표의 귀령검법, 그리고 도화도의 도화검법 황용이었다.
이 중 독고구검이 최정점으로 평가되었으나, 귀령검법과 도화검법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만큼 황용은 무대륙 전역에 이름을 떨쳤고, 이 둘 외에는 검을 들고 감히 맞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명성을 더욱 높인 것은, 실력보다도 오히려 미모였다.
절세미인.
그 말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도복 아래로 숨기기엔 지나치게 풍만한 몸매, 가슴은 억지로 눌러도 봉긋하게 솟아 있었고, 허리는 잘록 하게 들어가 있어 검을 쥔 몸선조차 요염해 보였다.
날카로움과 단아함을 함께 지닌 얼굴.
그 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그녀가 황용이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그것은 남성편력.
정확히는, 마음에 든 남자를 소유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정이었다.
천 년 전, 무대륙.
도화도의 도주 황약사 황용은 요즘 잠을 설쳤다.
이유는 단 하나...
무대륙 전역에 꽃미남이라 소문난 젊은 검객, 류현 때문이었다.
그녀가 류현을 처음 본 것은 1년 전 화산논검이었다.
북개의 대표로 나온 홍칠공 홍연.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젊은 제자 하나.
해맑은 웃음, 반듯한 얼굴선, 도복 아래 드러나는 단단한 체격.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꽃미남이었다.
류현의 모습은 수많은 남자를 울리고 버려왔던 황용의 마음에조차 불을 붙였다.
하지만...
류현
“연아야. 오늘 이겨야 돼. 내가 응원할게… 사랑해.”
류현이 홍연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순간, 황용의 시선이 얼어붙었다.
황용
(아니, 내가 홍연보다 훨씬 예쁘고 잘나가는데 어떻게 저런 호박 덩어리한테 저런 잘생긴 남자가 붙어 있는 거야. 연아…? 그럼 둘 사이는 연인이라는 거잖아?)
그해 화산신검이 개박살이 난 것은 류현에게 신경을 쓴 탓이었다.
자존심에 금이 간 황용.
그러나 그녀는 류현을 놓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류현에 대한 욕망에 시름시름 앓고 있던 황용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그날도 황용은 긴의자에 누워 반쯤 풀린 눈으로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히 류현을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때 도화인 한 명이 헐떡거리며 도화궁 문턱을 넘다 쓰러졌다.
황용은 반쯤 죽어 가는 그를 보고 고개를 돌리며 힘없이 쳐다 봤다.
도화인
“도... 도주님! 류현이 강호 유람을 위해 마을에 내려왔다 합니다!”
황용
"그런데... 어쩌라고?"
도화인은 반쯤 숨이 넘어가며 겨우 입을 열었다.
도화인
'그것이... 그것이..."
도화인이 말을 더듬자 황용은 인상을 찡그리고 화를 냈다.
황용
"그것이 뭔데? 아이... 짜증 나. 확 죽여 버린다."
도화인은 가슴을 쓰러내리며 호흡을 찾고 다시 말했다.
도화인
"그것이 첫 번째 지역으로 이곳 동사로 온답니다."
순간 황용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용
“뭐? 여... 여기로 온다고?!”
황용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웃음이 피어났다 .
황용
“그럼 이렇고 있을 때가 아니지. 기다려 봐. 화장 좀 하고...”
황용은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보며 열심히 화장을 시작했다.
동사 도화도로 가는 오솔길.
류현은 등에 작은 봇짐을 매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어여쁜 여인이 그가 지나가는 길목 가로수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류현의 눈에 들어왔다.
여인
"잠깐. 여기는 지나갈 수 없다."
여인이 검집을 들이밀며 류현을 막았다.
류현
"왜요?"
여인
"이유는 없다. 너는 안 된다."
류현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때 여인이 검을 뽑아 류현에게 들이밀었다.
여인
"그럼 나를 이기고 지나가던가... 왜? 겁나?"
류현은 이를 악물고 허리춤에 있던 타구봉을 꺼내 들었다.
류현
"왜 시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법도의 어긋나는 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소. 정의를 위해서라도 당신을 쓰러뜨릴 것이요."
여인은 입을 막고 큰 소리로 웃었다.
여인
"그럼 덤벼 보시지. 대신 대륙의 법도를 운운하니 질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줄 알지?"
류현
"승자의 법칙...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 준다..."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번개 같이 검이 움직였다.
여인
"도화검법... 만화유진식!"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검술이 펼쳐지더니 수백 개의 꽃잎이 화려하게 휘날렸다.
류현은 여인의 검술에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류현
"도... 도화검법이라고... 그렇면 당신은... 으앜..."
아름답게 움직이던 검 끝이 류현의 몸에 닿자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여인은 휘두르던 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 알 수없는 미소를 흘리며 류현을 안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르는 류현.
그가 눈을 떴을 때, 몸은 자유롭지 않았고 상황은 이미 돌아갈 수 없는지점에 와 있었다.
류현
“어…여긴 어디야. 그리고 이건... 풀어 주세요…”
순간 그 앞에 속살이 환히 비치는 속옷을 걸친 미녀가 그에게로 서서히 다가왔다.
그녀는 눈빛을 번뜩이며 류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크게 웃음을 흘렸다.
류현
"왜 그래요? 어서 풀어 주세요."
류현의 호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여인.
그녀는 유감스럽게도(?) 도화도의 도주, 황용이었다.
황용
“호호호… 이렇게 잘생긴 청년을 홍연 그 계집이 혼자 감추다니… 참 나쁜 계집애로구나.”
류현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류현
“홍연 누나 욕하지 마세요!”
그 말에 황용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황용
“감히 내 앞에서 홍연 얘기해?”
퍽!
분노한 황용은 류현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후려쳤다.
류현
“아얏! 왜 때려요? 아줌마!”
황용
“…뭐라고? 아... 아줌마? 이게 정말...”
순간, 황용의 눈빛이 번쩍였다.
황용
“날 보고 아줌마라니… 이놈이!”
퍽퍽퍽!
류현의 엉덩이는 금세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멍이 들었다.
류현
“아! 그만! 그만 하세요...아야야야!”
그때 황용이 가슴 춤에서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내 펴들었다.
황용
“요 녀석, 이게 뭔 줄 아니?”
황용은 붉은 지장이 찍힌 종이를 흔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류현
“뭔데요?”
황용
“도화도에서 영원히 나랑 결혼해 살겠다는 각서다. 호호호호..”
류현은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류현
“저 그런 거 쓴 적 없어요! 그리고 저는 홍연 누나랑 결혼할 거예요!”
황용
“또 홍연, 홍연… 오늘 내가 홍연보다 더 좋은 여자라는 걸 몸소 알려주마!”
황용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류현에게 다가 갔다.
류현
“싫어요! 안 돼요! 아—”
황용
“가만히 있어, 곧 좋다고 할 거니까~”
그날 밤,
황용은 그동안의 한을 풀듯 류현의 몸을 마음껏 농락했다.
그리고 류현은 밤새 황용에게 시달리며 울부짖었다.
이렇게 도화도에서의 류현의 첫날밤은 눈물속에 지나갔다.
이튿날 아침.
류현은 침대 구석에서 이불로 몸을 감싸고 훌쩍였다.
황용은 정복자의 얼굴을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황용
“호호호… 역시 홍연보다 내가 좋지. 이제부터 넌 내꺼야... 호호호...”
그날 이후,
황용은 남편의 자질을 길러야 된다며 도화검법과 탄지신통등을 채찍으로 가르쳤다.
류현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고 낮에는 무예, 밤에는 도망칠 수 없는 시간들이 하루하루 이어졌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류현은 황용이 도화도를 비운 사이 목숨을 걸고 그곳에서 탈출했다.
무대륙을 떠나 아틀란티스로 도망친 류현.
하지만 류현의 검술과 투척술은 고수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류현이 황용을 다시 만난 때는 천 년전 마계대전이 막 일어났을 무렵이었다.
류현
"황용... 나랑 아틀란티스로 같이 가줄 거지?"
황용
"흥... 도망친 놈이 뭐가 좋다고... 하지만 각서에 남편으로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가줄게..."
류현
"뭐? 그 각서를 아직도 갖고 있다고...?"
하지만 황용의 얼굴에서는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Bonus Track]
萬性記錄總鑑 (만성기록총감)
삼대 검술가(三大劍術家)
1. 개요
삼대 검술가는 무대륙 천 년 전, 마계대전 이전 시대에 활동한 세 명의 최고 검객을 가리키는 호칭이다.
화산파의 독고영(獨孤影)
도화도의 황용(黃龍)
천산 마교의 구표(丘彪)
이 셋은 후대에 **“검의 삼극(三極)”**이라 불리며,
각자 전혀 다른 성격의 검법을 정점까지 끌어올린 인물로 기록된다.
2. 구성원
2.1 독고영(獨孤影)
소속: 화산(華山)파
대표 검법: 독고구검(獨孤九劍)
별칭: 절경검(絶境劍), 광풍검
2.1.1 인물 개요
화산파에서 독고구검의 전승을 맡았던 검객.
검의 형식을 부정하고, ‘무형(無形)의 검’를 지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승 기록에는 “검은 모양이 없고,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는 문장이 반복된다.
2.1.2 독고구검
형식 부정
정해진 초식을 최소화하고, 상대의 빈틈을 즉석에서 파고드는 방식으로 전해진다.
사상
후대에는 “무심(無心)을 이상으로 하는 검법”으로 요약되지만,
구체적인 심법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계보
화산파 내에서만 전승되던 비전 검법이었다가,
훗날 외부 인물인 류현에게도 전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2.1.3 애로신검(愛路神劍) 전설
일부 사료에는 독고구검의 연장선상에 있는 **“애로신검”**이라는 이름의 검법이 언급된다.
“몸이 아닌 마음을 벤다”는 문장과 함께 짧게 등장하지만
누가 어떻게 익혔는지, 실제로 완성된 적이 있는지는 불명으로 처리된다.
『만성기록총감』 기준으로는
“독고구검과 관련된 미전(未傳)의 검술. 전승자는 기록되지 않았다.”
정도로만 정리된다.
2.2 황용(黃龍)
소속: 도화도(桃花島)
대표 검법: 도화검법(桃花劍法)
별칭: 유선검(流線劍), 도화검객
2.2.1 인물 개요
도화도 출신의 검객으로,
“가장 아름다운 검세를 구사한 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대 검술가 중 가장 우아한 검법을 썼던 인물로 기록된다.
2.2.2 도화검법
곡선·유선(流線) 검세
직선 공격보다 곡선 궤적으로 상대를 감싸 들어가는 스타일.
검의 궤적이 꽃잎이 흩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도화(桃花)’라는 이름이 붙었다.
허실 유도
상대의 시선과 중심을 흔들어,
어느 순간 스스로 빈틈을 내도록 만드는 유도형 검법으로 전해진다.
평가
“가장 보기 좋고, 가장 피하기 어려운 검”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2.2.3 삼대 검술가 내 위치
독고영의 독고구검이 정면 돌파형,
구표의 귀령검법이 한기·압박형이라면,
황용의 도화검법은 그사이에서 흐름을 틀고 판을 비트는 조율자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된다.
세 사람의 대결 기록 중,
“가장 승부가 모호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상대로 자주 언급”된다.
2.3 구표(丘彪)
소속: 천산 마교(天山魔敎)
대표 검법: 귀령검법(鬼靈劍法)
별칭: 한음검(寒陰劍), 귀령검객
2.3.1 인물 개요
천산 마교의 간판 검객으로,
전투에 나서면 주변 기온이 떨어졌다는 식의 기록이 다수 남아 있다.
삼대 검술가 중 가장 음침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검세를 가진 인물로 분류된다.
2.3.2 귀령검법
한기 음기
검을 뽑는 순간 공기와 호흡이 무거워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리적 상처만이 아니라, 상대의 정신과 의지를 함께 깎아내리는 검법으로 묘사된다.
‘보이지 않는 일격’ 이미지
일격의 궤적이 뚜렷이 보이지 않으며,
맞은 후에야 피해를 자각하게 되는 형태로 정리된다.
평가
“베임보다, 베임을 ‘기다리게 하는 공포’가 더 무서운 검”이라는 평이 붙는다.
2.3.3 삼대 검술가 내 위치
독고영의 독고구검이 형식의 부정,
황용의 도화검법이 움직임의 유도라면,
구표의 귀령검법은 존재감 자체로 상대를 흔드는 검법으로 설명된다.
세 사람 중 유일하게 마교 소속이었기 때문에,
후대 기록에서는 인물에 대한 평이 가장 엇갈린다.
3. 삼대 검법 비교
인물 소속 검법명 핵심 이미지 대표 속성
독고영 화산파 독고구검 형식 없는 일격 무심·파(破)
황용. 도화도 도화검법 꽃잎 같은 곡선 흐름·유도
구표 천산 마교 귀령검법 한기 도는 그림자 한기·압박
후대 무림에서는 이 세 검법을 묶어 다음과 같이 요약하는 경우가 많다.
독고구검: “보이지 않는 초식, 보이는 결과”
도화검법: “보이는 춤, 보이지 않는 칼끝”
귀령검법: “보이지 않는 공포, 서서히 오는 붕괴”
4. 역사적 위치
4.1 시대적 배경
활동 시기: 천 년 전, 마계대전 이전
특징
각 문파가 자신의 절대 검법을 정립하려 하던 시기.
삼대 검술가의 존재는 “당대 무공 수준이 얼마나 극단까지 올라갔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4.2 후대 전승
삼대 검법 자체는 대부분 완전한 형태로 전승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된다.
화산의 독고구검만이 비교적 뚜렷한 계보를 남겼고,
그중 일부가 류현에게 이어졌다는 것만이 명시된다.
도화검법과 귀령검법은 ‘파생형·유사 계열’이 간헐적으로 등장하나,
원형은 사실상 **실전(失傳)**으로 취급된다.
5. 후대의 평가
삼대 검술가는 **“검을 세 가지 방향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던 시대의 상징”**으로 정리된다.
후대 검객들은
독고영의 무심과 파괴,
황용의 미학과 흐름,
구표의 압박과 한기
이 세 가지 중 어디에 가까운지로 스타일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