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기록되는 짐승
1. 싸구려 모텔의 커리어 우먼
"아윽! 아파... 머리, 머리카락 좀..."
보윤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졌다.
목뼈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윤 대리가 그녀의 긴 생머리를 말고삐처럼 한 손으로 움켜쥐고 거칠게 당겼기 때문이다.
두피가 뜯겨나갈 듯한 날카로운 통증에 보윤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장소는 회사 근처 유흥가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대실 3만 원짜리 허름한 모텔이었다.
벽지는 담배 연기에 찌들어 누렇게 떠 있었고, 모서리마다 곰팡이가 피어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방음 따위는 애초에 기대할 수도 없었다.
얇은 합판 벽 너머에서는 옆방 투숙객의 과장된 신음 소리와 TV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소리가 기괴하게 섞여 웅웅거리며 넘어왔다.
그 소음들이 보윤의 수치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성보윤 주임은 그 낡고 삐걱거리는 침대 헤드를 생명줄처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엎드려 있었다.
하얀 시트 위로 그녀의 육감적인 몸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차라리 불이라도 꺼줬으면 좋으련만, 윤 대리는 형광등을 환하게 켜두는 것을 고집했다.
자신의 전리품을 감상하겠다는 듯이.
"야, 성 주임. 머리 좀 들어. 고개 처박지 말고. 얼굴이 안 보이잖아. 그 좋은 표정을 왜 자꾸 숨겨?"
윤 대리의 허리짓은 자비가 없었다.
그는 보윤을 직장 후배가 아니라, 배설을 위한 도구로 대하고 있었다.
퍽, 퍽, 퍽.
살과 살이 거칠게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보윤의 거대한 가슴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 시트 위에서 널을 뛰었다.
평소 회사에서는 압박 브라와 헐렁한 블라우스로 어떻게든 가리고 다녔던 그 육중한 무게감이, 지금 이 순간에는 그녀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 출렁거리고 있었다.
"으으... 읏... 흐으..."
보윤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낮에는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고,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평범한 사원.
상사에게 결재판을 내밀며 또렷하게 업무 보고를 하던 그녀였다.
그랬던 그녀가 밤에는 이 냄새나는 모텔 방에서 상사의 성욕 처리기가 되어 개처럼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할 수 없었다.
'이것만 참으면 돼. 그냥 눈 딱 감고 30분만 버티면... 내일도 무사히 출근할 수 있어.'
그녀에게 이 행위는 쾌락이 아니라, 처절한 '야간 연장 근무'이자 '고용 보험료 납부'였다.
회사에서 잘리면 당장의 대출금과 부모님의 생활비는 누가 감당한단 말인가.
2. 출렁이는 고깃덩어리
윤 대리의 손이 보윤의 풍만한 가슴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한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크기였다.
그는 반죽을 하듯 살덩이를 주무르고 비틀었다.
"야, 성보윤. 넌 진짜... 회사 다니는 게 아까워. 이 정도 사이즈면 그냥 젖소 아니냐? 어? 솔직히 말해봐. 너 젖 나오지?"
찰싹! 윤 대리가 보윤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하얀 살결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살이 떨리는 파동이 적나라하게 눈에 보였다.
육중한 지방 덩어리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젤리처럼 흔들렸다.
그 움직임은 너무나 원초적이고 비인간적이어서, 보윤은 자신이 도축장에 걸린 고기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아읏...! 대리님, 너무 세게..."
"가만있어 봐. 이게 진짜 물건이라니까. 꽉 차다 못해 넘친다, 넘쳐.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젖통은 처음 본다."
윤 대리는 한 손으로는 머리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윤의 유두를 비틀고 꼬집었다.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혹은 정육점의 고기 등급을 확인하듯 조심성이라곤 없었다.
손톱이 유두를 긁고 지나갈 때마다 보윤의 몸이 움찔거렸다.
"너 박 차장이랑 할 때도 이러냐? 그 새끼도 네 가슴 환장하잖아. 저번에 회식 때 보니까 네 가슴만 쳐다보더구먼."
"......"
"왜 대답이 없어? 박 차장이 더 잘해줘? 걔는 뭐 물고 빨고 다 해주나 보지? 아, 그래서 네가 박 차장 라인 타려고 그렇게 아양을 떨었나?"
윤 대리는 보윤의 자존심을 긁어대며 허리짓 속도를 높였다.
보윤은 대답 대신 신음만 흘렸다.
그녀의 가슴은 윤 대리의 손 안에서 짓이겨지고 있었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유방은, 윤 대리의 말마따나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짐승의 부속물처럼 보였다.
침대 시트에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쩍, 쩍 하는 살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보윤의 귓가에 모멸감이라는 단어를 때려 박았다.
보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수치스러웠지만, 동시에 아랫배가 찌릿해지는 자신이 역겨웠다.
이 모멸감 속에서도 몸은 반응하고, 애액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젖소라고 생각해. 나는 사람이 아니야. 그냥 접대용 고기야.'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회사 생활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까.
누군가는 간을 빼주고, 누군가는 자존심을 팔고, 나는 몸을 파는 것뿐이다.
다를 게 뭔가. 내 몸 하나 썩어 문드러지는 게, 내가 쌓아올린 5년의 커리어가 무너지는 것보다 낫다.
3. 피사체
"하아, 씨발. 보윤아. 오늘따라 죽이네. 이 쫀득한 쪼임은 대체 어디서 배워왔냐? 아주 명기야, 명기."
윤 대리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드디어 끝났나 싶어 보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였다.
"잠깐만, 그대로 있어 봐. 움직이지 말고."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벨트 버클이 짤랑거리는 소리.
윤 대리가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차가운 금속성의 물건.
최신형 스마트폰이었다.
"대리님...? 그건 왜..."
보윤이 놀라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윤 대리가 머리채를 더 세게 잡아 비틀어 고정시켰다.
"아, 가만히 있어 보라니까. 너 지금 존나 꼴리거든. 이 땀범벅 되어서 흔들리는 빨통이랑, 눈 풀려서 멍한 표정... 이거 나만 보기 아까워서 그래. 소장용이야, 소장용."
카메라 렌즈가 보윤의 적나라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의 음부와 항문, 그리고 출렁이는 가슴을 향했다.
검은 렌즈가 보윤의 수치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액정 화면 속에는 보윤의 이름 모를 짐승 한 마리가 헐떡이고 있었다.
"찍지 마세요... 제발요... 대리님, 이건 안 돼요... 진짜 안 돼요..."
보윤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척추를 타고 본능적인 공포가 엄습했다.
이건 단순히 몸을 대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기록이 남는다. 증거가 남는다. 약점이 잡힌다.
하지만 윤 대리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낮게 깔렸다.
"야, 성보윤. 분위기 깰래? 내가 뭐 어디 인터넷에 유포하겠냐? 그냥 나 혼자 보고 딸감으로 쓰겠다는 건데 그게 그렇게 아까워? 너 박 차장이랑은 찍었어, 안 찍었어?"
또다시 비교. 또다시 박 차장.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은근한 협박.
'너 이거 거절하면 나 기분 상해. 기분 상하면 내가 내일 회사 가서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지금 여기서 거절하면, 윤 대리는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옷을 입고 나가버릴 것이다.
그리고 내일 출근하면 휴게실에서 동료들에게 떠들 것이다. '성보윤이 어제 술 취해서 모텔까지 따라와서 꽃뱀 짓 하더라'라고.
혹은 '성 주임 남자한테 잘보이려고 가슴 수술한 거라며?' 같은 저급한 루머를 퍼뜨릴 것이다.
보윤의 머릿속에서 이성과 공포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하지만 계산기는 빠르게 돌아갔다.
'회사 잘리면 난 끝이야.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은? 학자금 대출 이자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 병원비는? 이 나이에 경력 단절되면 어디로 가? 콜센터? 식당 설거지?'
그래서 보윤은 이 굴욕이 가장 쉽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내 몸 하나 썩어 문드러지는 게, 사회에서 매장당해서 굶어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
보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궜다.
침묵은 긍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엄성을 헐값에 넘겼다.
"대답 안 하네? 찍어도 된다는 거지? 오케이, 큐."
4. 박제
찰칵.
조용한 방 안에 셔터 소리가 울렸다.
이어서 붉은색 녹화 버튼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 붉은 점이 보윤에게는 마치 저격총의 레이저 포인터처럼 보였다.
"자, 보윤아. 여기 봐. 고개 돌리지 말고. 카메라 보고 웃어. 좋다고 해야지. 네가 좋아서 벌린 거라고 해야 나중에 딴소리 안 하지."
윤 대리는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앵글을 이리저리 조절하며 감독이라도 된 양 지시를 내렸다.
"아으... 윽... 흐으..."
"소리 더 크게 내. 신음 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 허리 좀 더 흔들어 봐. 위아래로. 옳지. 와, 씨발 화면에 젖탱이 꽉 차는 거 봐라. 진짜 암소 한 마리가 따로 없네. 출렁거리는 게 아주 예술이다."
윤 대리는 줌을 당겨 보윤의 가슴을 클로즈업했다가, 윤 대리의 성기가 거칠게 들락날락하고 있는 중인 음부를 비췄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살결, 벌어진 다리 사이로 드나드는 적나라한 행위가 고화질로 기록되고 있었다.
보윤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았다.
그 차가운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가장 추악하고 원초적인 모습을 전시해야 했다.
덜렁거리는 유방, 쾌락이 아닌 고통으로 침 흘리는 입가, 짐승처럼 애액을 질질 흘리며 박히고 있는 하반신.
그녀의 눈빛은 초점을 잃어 탁해져 있었다.
'나는... 기록되고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디지털 데이터로. 누군가의 자위 기구로.'
그 생각에 위액이 넘어올 것처럼 구역질이 났지만, 보윤은 윤 대리의 주문대로 카메라를 보며 억지 신음을 냈다.
눈가에는 생리적인 눈물이 맺혔다.
"하아... 하아... 좋아요... 대리님... 너무 좋아요..."
"그래, 그렇지. 그렇게 말해야지. 아이고 예쁘다, 우리 보윤이."
이것이 가장 쉬운 길이니까. 이렇게라도 비위를 맞춰주고, 그가 원하는 대로 장단 맞춰주면, 이 영상은 그의 폰 갤러리 구석에만 처박혀 있을 테니까.
혹시라도 그가 기분이 좋아서 내 동료 인사 평가를 잘 줄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몸은 닳는 것도 아닌데 뭐. 이게 뭐라고.
그녀의 어리석고 비참한 합리화는 바닥을 모르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팔아넘기고 있었다.
5. 썩어가는 내부
격렬한 행위가 끝나고, 윤 대리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방금 찍은 영상을 돌려보았다.
"크으, 대박이다. 조명도 그렇고 각도가 예술이네. 야, 너 AV 데뷔해도 되겠어. 진짜 명작이다, 명작."
그는 보윤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찍힌 화면을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며 킬킬거렸다.
작은 액정 속에서 보윤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보윤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화면 속의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고기 덩어리, 살덩이였다.
"저... 대리님. 그 영상... 진짜 혼자만 보시는 거죠? 약속 지키시는 거죠? 나중에라도 지워주시면 안 돼요?"
보윤이 젖은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아, 걱정 마. 내가 이걸 누구한테 보여줘? 나만 볼게. 맹세한다니까? 아, 그리고 이거 지우면 너 나중에 딴소리할까 봐 그래. 일종의... 우리 사랑의 증표? 아니면 안전장치?"
윤 대리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옷을 주워 입었다.
그의 말속에 뼈가 있었다.
'안전장치'.
그건 보윤이 자신을 성희롱으로 신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협박용 도구라는 뜻이었다.
그는 씻지도 않았다.
보윤의 몸에서 묻어난 체액을 훈장처럼 달고 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나 먼저 간다. 와이프한테 전화 와서. 너는 씻고 좀 쉬다 천천히 나와. 여기 법인카드 줄 테니까 이걸로 택시 타고 가고. 내일 아침 회의 자료, 잊지 말고."
그가 던져준 법인카드가 침대 시트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마치 화대처럼. 몸을 판 대가처럼.
쾅.
현관문이 닫히고 윤 대리가 나갔다.
방 안에는 정적과 퀴퀴한 정액 냄새만이 남았다.
홀로 남겨진 보윤은 비틀거리는 다리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을 쏟아부었다.
살이 빨갛게 익을 정도로 뜨거운 물로 가슴을 박박 문질렀다.
윤 대리의 손때가 묻은, 그가 '젖소'라고 불렀던 그 부위를 도려내고 싶었다.
더러운 윤 대리의 흔적을, 끈적한 그의 타액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씻어도 씻어도 더러운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아랫배가 묵직하게 아파왔다. 자궁 깊은 곳이 욱신거렸다.
"으윽..."
보윤은 김이 서린 욕실 거울을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거울 속에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눈이 퀭하고 가슴만 비대하게 큰 괴물이 서 있었다.
눈동자에는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도 몰라. 아무 일도 없었어. 회사만 잘 다니면 돼. 월급만 밀리지 않으면 돼."
그녀는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썩어가고 있었고, 그녀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이제 윤 대리의 스마트폰 속에 디지털 폭탄이 되어 저장되었다는 것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윤 대리가 술자리에서 동료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줄 수도 있고, 실수로 단톡방에 올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
보윤은 오늘 밤 자신의 커리어를 지켰다고 안도했지만, 사실은 목에 초침이 돌아가는 폭탄 목걸이를 건 채로 벼랑 끝에 선 것에 불과했다.
"택시비는... 이걸로 긁고... 남는 걸로 맥주나 사 가자."
택시비는 이걸로 긁고, 남는 걸로 편의점에서 맥주나 사 가야겠다고.
그녀의 합리화는 이미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