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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굴복


1. 패배자의 술잔 강남 뒷골목, 어둡고 은밀한 지하 바의 문을 열었을 때, 습한 공기와 함께 독한 위스키 향이 보윤의 코끝을 찔렀다. 박 차장은 구석진 부스 석에 몸을 깊게 묻은 채 이미 반쯤 취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얼음이 녹아가는 온더락 잔과 절반쯤 빈 양주병이 놓여 있었다. 보윤이 입구에서 머뭇거리자, 그는 시계를 힐끔 보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왔네? 10시 딱 맞춰서. 안 올 줄 알았더니, 성 주임 생각보다 영리하네."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는... 너무 예민했습니다. 차장님의 깊은 뜻도 모르고..." 보윤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굴욕적이었지만, 오늘 하루 겪었던 그 지옥 같은 왕따와 업무 폭탄을 생각하면 이 정도 허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박 차장은 만족스러운 듯 턱짓으로 앞자리를 가리켰다. "앉아. 일단 술이나 한 잔 따라봐. 오빠 기분 좀 풀리게." 보윤은 순종적으로 술병을 들었다. 쪼르륵. 얼음 잔 위로 갈색 액체가 쏟아지는 소리가 정적을 메웠다. 박 차장은 보윤이 따른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탁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았다. "보윤아. 오빠가 진짜 섭섭해서 그랬어. 내가 너 입사 때부터 얼마나 챙겼냐? 네가 대형 사고 쳐도 내가 다 막아주고, 김 대리 그 까탈스러운 놈이 지랄하는 것도 내가 뒤에서 다 커버 쳐주고. 근데 나를 무슨 몹쓸 변태 취급을 해? 나 상처 많이 받았다."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회생활이 서툴러서 은혜도 모르고 과민반응했습니다." "알면 됐어. 근데 보윤아, 사회생활이라는 게 말이야. 입으로만 죄송하다고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어른들 세계에선 행동으로 보여줘야 진심이 전달되는 법이거든. 안 그래?" 그는 뱀처럼 번들거리는 눈으로 보윤의 얼굴을 훑어 내렸다. '행동으로 보여줘라.' 그 비릿한 명령의 의미를 모를 만큼 보윤은 순진하지 않았다. 이미 지은과 해주에게 영혼까지 털려본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 척 고개를 숙였다. "네... 가르쳐 주시는 대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우리 보윤이 착하네. 가자. 너무 늦었다. 오빠가 집에 데려다줄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것은 그의 계산대로였다. 술은 명분이었고, 진짜 목적은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움직이는 밀실'로 보윤을 유인하는 것이었으니까. 2. 움직이는 감옥 박 차장의 검은색 세단 조수석. 가죽 시트의 차가운 촉감이 얇은 스커트 너머로 전해져 소름이 돋았다. 보윤이 타자마자 박 차장은 중앙 잠금 장치를 눌렀다. 철컥.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마치 거대한 감옥 문이 닫히는 소리처럼 보윤의 고막을 때렸다. 차 안은 라디오 소리조차 없는 기괴한 정적이 감돌았다. 박 차장은 운전대를 잡고 골목을 빠져나가면서도, 수시로 고개를 돌려 보윤을 훑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허벅지와, 팽팽하게 당겨진 안전벨트 사이로 터질 듯이 부각된 거대한 가슴을. "보윤아." "네, 팀장님." "너 오늘 전수 조사하느라 고생 많았지? 손목도 아플 텐데. 내가 내일부터는 일 좀 확 줄여줄까 하는데, 어때?" "아... 네,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김 대리 그 자식, 너한테 함부로 못 하게 내가 딱 잘라 줄게. 그리고 이번 하반기 인사 평가 때 S등급 주는 것도 나한테는 일도 아니야. 내가 이 팀의 왕이잖아. 내 말 한마디면 네 연봉이 달라져." 그는 달콤하고 치명적인 미끼들을 하나씩 던졌다. 업무 경감, 보호막, 그리고 승진. 고립된 섬에서 굶주려가던 보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들이었다. 차는 어느덧 보윤의 오피스텔 근처,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에 멈춰 섰다. 시동은 꺼지지 않은 채 낮게 으르렁거렸다. 엔진의 진동이 시트를 타고 보윤의 엉덩이 밑에서 기분 나쁘게 울렸다. "근데 보윤아.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기브 앤 테이크, 그게 비즈니스의 기본이지. 그치?" 박 차장이 몸을 보윤 쪽으로 확 틀었다. 좁은 차 안, 보윤의 코앞까지 그의 술 냄새 섞인 숨결이 다가왔다. 3. 보상 청구 "내가 너를 위해서 내 평판까지 깎아 먹으면서 커버해 주는데, 너는 나한테 뭘 해줄 수 있어? 너도 나한테 성의를 보여야 오빠가 신이 나서 너를 도와주지 않겠어?" 그의 두툼하고 축축한 손이 보윤의 왼쪽 허벅지 위에 턱하니 올려졌다. 이번에는 어제처럼 '실수인 척'하는 연기도 없었다. 명백한 소유권 주장이었다. 손바닥이 허벅지 안쪽 살을 타고 스멀스멀, 아주 집요하게 위로 기어 올라왔다. "팀장님... 이건 좀..." "가만히 있어. 어제처럼 내 손 치우면, 나 진짜 못 참아. 그러면 내일부터 네 회사 생활은 오늘보다 백 배는 더 힘든 지옥이 되는 거야. 책상 빼고 싶어? 동료들 비웃음 사면서 쫓겨나고 싶냐고." '지옥.' 오늘 하루 종일 겪었던 그 투명 인간 취급과 공개적인 모욕. 그게 다시 반복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보윤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7살 때 차가운 복도 끝, 문밖에 버려졌던 원초적인 공포가 발목을 잡았다. '안 돼. 버려지면 안 돼. 여기서 쫓겨나면 난 갈 곳이 없어.' 보윤의 몸은 공포와 체념으로 인해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저항할 의지조차 거세된 상태였다. 박 차장은 보윤의 침묵을 암묵적인 '굴복'으로 받아들였다. "착하네. 진작 이럴 것이지. 왜 그렇게 빼서 오빠 마음을 아프게 해." 그는 자신의 안전벨트를 거칠게 풀었다. 그리고 좁은 차 안의 공간을 가로질러 보윤의 안면 근처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역겨운 위스키 냄새와 담배 찌든 내가 보윤의 폐부 깊숙이 침투했다. "보윤아, 사실 오빠는 네가 입사 지원서 사진 찍을 때부터 눈여겨봤어. 몸매가 아주... 예술이더라고. 옷으로 꽁꽁 싸매고 다녀도 그 미친 듯이 큰 가슴은 다 티가 나더라. 남자 놈들 다 뒤에서 네 가슴 얘기만 하는 거 알아? 너 그거 즐기려고 일부러 크게 키운 거잖아, 응?" 박 차장의 손이 허벅지를 지나 단숨에 보윤의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윽...!" "와... 진짜 씨발, 묵직하네. 손에 꽉 차다 못해 손가락 사이로 살이 다 넘쳐흘러. 이거 진짜 네 살이야? 무슨 가슴이 사람 머리만 해?" 박 차장은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 등급을 매기듯 보윤의 가슴을 주무르고, 비틀고, 짓눌렀다. 얇은 블라우스 천 너머로 그의 거친 손가락 마디마디가 느껴졌다. 수치스러워 혀를 깨물고 싶었지만, 보윤은 감았던 눈을 뜨지 않았다. 이것이 비참한 삶을 연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결재 대금'이라면, 차라리 마음을 죽이는 게 편했다. 4. 첫 번째 단추 "보여줘." 박 차장의 목소리가 낮고 가라앉았다. 명령이었다. "네...?" "네 그 잘난 가슴, 오빠가 직접 좀 보자고. 맨날 그렇게 가리고 다니니까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못 쉬잖아. 오빠가 숨구멍 좀 터줄게. 응?" 그는 보윤의 대답을 기다릴 인내심 따위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보윤의 블라우스 첫 번째 단추에 닿았다. 톡. 첫 번째 단추가 풀리며 목덜미가 드러났다. 보윤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꽉 쥐었다. 비명을 지르고 차 문을 박차고 나가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내일 아침 책상 위에 쌓여있을 서류 뭉치와 김 대리의 비열한 비웃음만이 영화 필름처럼 돌아갔다. 톡. 톡. 두 번째, 세 번째 단추가 연달아 풀렸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블라우스가 양옆으로 무력하게 벌어졌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보윤의 거대한 유방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베이지색 레이스 브래지어가 어둠 속에서 하얗게 드러났다. 넘쳐흐르는 하얀 속살과 깊은 골짜기가 박 차장의 눈앞에 펼쳐졌다. "크으... 세상에... 진짜 미쳤네... 죽인다, 성보윤..." 박 차장의 눈이 굶주린 짐승처럼 번들거렸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브래지어 컵 안으로 투박한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외부 공기에 노출되었던 손이 보윤의 뜨거운 유방에 직접 닿았다. "아...!" "쉿, 가만히 있어. 소리 내지 마. 밖에 사람 지나가면 어쩔 거야? 네가 유혹한 걸로 보이고 싶어?" 박 차장은 보윤의 거대한 유방을 컵 밖으로 끄집어내어 자신의 양손으로 묵직하게 받쳐 들었다. 지탱해주던 속옷이 사라지자 살덩이는 중력에 의해 그의 손바닥 위로 축 처졌다. 그는 고개를 처박고 보윤의 가슴골 사이에 코를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킁킁거리는 돼지 같은 소리가 보윤의 귓가에 끔찍하게 울렸다. "보윤아, 너는 진짜... 타고난 암캐야. 이런 걸 달고 어떻게 그동안 얌전한 척 회사를 다녔냐? 퇴근하고 나면 남자들이 다 네 가슴 생각하면서 딸쳤을 거다. 너도 그거 알지? 그래서 일부러 단추 하나 더 풀고 다니는 거잖아." 그는 보윤의 붉게 충혈된 유두를 입으로 거칠게 빨기 시작했다. 츄릅, 츕ㅡ 좁은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소름 끼치는 흡입음. 보윤의 유방은 그의 입안에서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휘둘렸다. 보윤의 시선은 초점 없이 차 천장을 향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귀를 타고 시트로 스며들었다. 기해주가 소중하게 어루만져 주었던 가슴. 김지은이 부러운 듯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던 가슴. 이제 그 가슴은 탐욕스러운 늙은 수컷의 배설구가 되어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윤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허리를 살짝 비틀어 그가 더 깊이 빨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잡았다. 마음을 닫으면 몸의 고통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그녀가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운, 가장 슬프고도 확실한 생존 방식이었다. "하아... 팀장님... 으응... 좋아요..." 보윤은 감정 없는, 기계적인 신음을 내뱉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만이 박 차장의 욕망을 받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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