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149화 너의 속마음이 들려
입고왔던 옷들을 벗기 전 나를 흠칫 보는 헬레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
“딴데 보고 있어.”
스르륵-
아. 점점 여자들의 알몸을 보는게 무감각해진걸까.
“씻고 올테니까 어디 가지마.”
“알겠어. 알겠어. 걱정마 어디 안가.”
붉은 달빛이 투과되는 스테인글라스를 바라보며 헬레나에게 물을 것들을 생각했다.
1.야니는 이제부터 내 개가 되니 사형면제
2.오크부족 극벌 취하
3.에스틴과 한번 더 만나게 해주기
“푸하아! 개운해.”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는 여전히 붉은 달빛 아래 서 있는 헬레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스테인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다 씻었어.”
내 목소리에 헬레나가 천천히 돌아섰다. 평소의 당당한 마왕이 아니라, 어딘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앉아.”
‘응?’
헬레나가 소파를 가리켰다. 나는 그녀의 지시대로 자리에 앉았고, 헬레나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너 없는 사이에 정말 미칠 것 같았어.”
투정 섞인 목소리였다.
“나태의 벨페고르 영지에서 하위 영주들끼리 영토 분쟁으로 싸움이 붙어서 직접 가서 중재했고, 북부에선 마물 떼가 갑자기 폭주해서 군단을 급파해야 했어.”
“수고했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거기다가 중앙 의회에서는 마물의 정규 토벌 수정 법안을 또 들고 와서…… 정말 머리 아팠어. 너라도 옆에 있었으면 좀 나았을 텐데."
헬레나의 손이 자연스럽게 내 손을 찾아 꼭 잡았다.
“그래도 다 처리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깨는 피곤함에 축 처져 있었다.
“고생했어, 헬레나.”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헬레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러다 문득 헬레나가 눈을 떴다.
“참, 그리고 말이야...”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변했다. 약간은 경계하는 듯한, 하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듯한.
“…… 극악범 야니한테 갔었다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왜 갔어? 야니한테?”
그녀의 목소리엔 질투도, 화도 아닌 순수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마치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고 싶다'는 듯한.
직답대신 우회해 말하기로 했다.
“내가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
“뭐,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겨지질 않지만. 알고있어.”
작은 두 손이 내 볼을 쭉 늘리며 요리조리 살펴봤다.
“플레이어의 가죽을 뒤집어쓴 변태 은거마족아냐? 그런 특이 취향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으니야.”
“아니긴. 정체를 밝혀라! 이놈!”
“크큭.”
“그래서?”
내 목소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내 세계가 쏟아진 마물들에 의해 멸망할 뻔한 적이 있단건 알아?”
떨림 없는 고요한 눈빛에 헬레나는 유감이라는 듯 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알지. 갑자기 크게 줄어든 야생마물들이나, 방치되던 던전들이 하나씩 붕괴되는 현상때문에 조사했었어. 결과는 다른 세계로 연결되기 시작했단 점이었어.”
헬레나는 내게 말할 턴을 넘기지 않고 이어나갔다.
“들리는 소문엔 영지 밖에 있는 마물들이나 은거마족들은 그 포탈너머로 가려했지. 그것들이 너희 세상의 포탈로 탄생했다며?”
“정확하네.”
“갔더라도 너한테 금방 퇴치당했을 것 같은데?”
고개를 저었다.
“못했어.”
헬레나는 가볍게 내가 처리한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했었지만 상상치도 못한 답을 들은 것 처럼 놀라했다.
“어? 왜?”
“그때 나는 힘이 없었거든.”
“에?”
“포탈이 처음 열린 날. 나는 아기였어. 걸음마도 못했지.”
“너 그럼 몇살…….”
그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뜬 세상은 멸망을 앞 두고 있었고, 인류는 플레이어로 각성해 괴물들을 퇴치하고 다시 문명을 회복하고 있지.”
“그럼?”
“멸망. 맞아. 난 내 가족이 괴물의 흉포에 휩쓸려가 홀로 남겨진 고아라고 생각했어.”
헬레나는 잠자코 내 말을 들었다. 하지만 고아라는 단어에 숨을 들이키는 반응을 보였다.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아이들과 같이 크며 우리를 돌봐주시던 분의 말씀을 들으며 희망을 잃지않고 커왔어.”
내 손을 꼭 쥔 그녀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오크들은 너의 말에 멸종을 앞두고 있지. 하지만 그럼 아픔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
“하지만, 본보기로 엄벌은 필요한 법이야.”
“아까의 물음 이제 할 수 있겠네. 야니는 대단해 그치?”
“극악범이기도 하고. 그녀의 통솔능력이나 지휘, 육성능력은 뛰어나지.”
“내 개가 될꺼야. 그게 어금니부족의 구원 댓가야.”
“……개?”
몸을 뒤로 젖힌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 듯, 입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멸망, 아픔. 혼자.”
꼰 다리가 진자운동을 하며 까딱거렸다.
계산기의 결과를 본듯 그녀의 은안이 나를 비췄다.
“부탁이야?”
“……응.”
긴 침묵이 이어졌다.
“또 부탁할게 있어보이던데?”
역시 고위급에 계속 앉아있으면 다른 자들의 낌새가 보이나 보다.
“응. 에스틴과 한번 더 만나고 싶어.”
“……어? 왜?”
헬레나는 서운한 눈빛으로 입을 뻥끗했다.
“아직 듣지 못한 말이 있거든.”
“알겠어. 근데 또 들어가려면…… 그거 해야하는거야?”
“아.”
내 단말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헬레나는 기다렸다는 듯.
하얀 원피스가 머리 위로 스르륵 벗겨져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은발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맨살이 드러났다.
붉은 달빛을 삼킨 듯 고혹적인 피부가 번쩍이며 그대로 내 위로 올라탔다.
끈으로 묶여있던 가운이 그녀의 손에 무참히 벗겨지고.
장난스럽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손가락 사이로 헬레나의 은안을 훔쳐보았다.
“아흑, 이러지마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헬레나가 해적처럼, 이를 드러내며 웃고는 나를 가볍게 번쩍들어 침대로 던졌다.
“켈켈켈. 가만히 있어라. 요놈 맛있어 보이는 군.”
후우후우-
뜨거운 콧김이 목덜미를 핥았다. 헬레나가 배 위에 올라탔다.
무릎으로 허리를 꽉 누르고, 손을 뒤로 뻗어 아직 완전히 서지 않은 내 그것을 잡았다.
손바닥이 뿌리를 감싸 쥐고 천천히 위아래로 문질렀다.
엄지가 끝부분을 스치며 작은 원을 그렸다. 순식간에 피가 몰려 단단해졌다.
혀가 목을 타고 내려왔다.
이빨이 살짝 물었다 놓았다.
아프면서도 전율이 일었다.
손은 여전히 성기를 놓지 않았다.
더 세게 쥐고, 더 빨리 움직였다.
손끝에서 나오는 미끄러운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허리가 내려앉았다.
뜨거운 입구가 끝부분을 스쳤다.
한 번, 두 번. 일부러 비비며 애태웠다.
찔꺽찔꺽
그러다 갑자기 내려꽂았다.
뜨거운 살이 뿌리를 한 번에 삼켰다.
끝까지.
찌거억-!
안쪽이 꽉 조여들며 숨이 멎을 뻔했다.
헬레나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좌우로, 원을 그리며.
한 번 내려앉을 때마다 뿌리가 끝까지 박히고, 올라갈 때는 살이 쩍쩍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찌걱찌걱찌걱찌걱ㅡ!
흘러내린 액이 허벅지를 타고 흥건히 번졌다.
손톱이 가슴을 긁었다.
깊게.
붉은 자국이 남았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은발이 허공에 흩어졌다.
입이 벌어졌다.
거친 숨이 아니라 신음이 터졌다.
짧고, 날카롭고, 점점 길어졌다.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친 듯이.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찌걱!
허리가 원을 그리며 돌았다.
안쪽이 뿌리를 물고 놓지 않았다.
점점 더 세게, 더 깊게.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땀이 은발 끝을 타고 흘러 가슴골로 떨어졌다.
다리가 허리를 더 세게 감았다.
발꿈치가 등에 파고들었다.
안쪽이 미친 듯이 조여들었다.
뿌리가 욱신거리며 한계에 다다랐다.
헬레나가 마지막으로 깊게 내려앉았다.
끝까지.
철썩ㅡ!
안쪽이 터질 듯 수축했다.
뜨거운 액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뿌리를 적시며 흘러넘쳤다.
동시에 내 것도 터졌다. 안쪽 깊숙이 뜨거운 것이 쏟아졌다.
몸이 덜덜 떨리며 무너졌다.
은발이 가슴 위로 쏟아졌다.
아직 뿌리는 안쪽에 박힌 채로, 미세한 경련이 계속되었다.
우리의 숨이 거칠게 섞였다.
헬레나의 손이 내 흑발을 쓸어내렸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그 손이 다시 내려왔다.
여전히 단단한 성기를 잡고 살짝 비틀었다.
은안이 번뜩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혀끝이 입술을 핥았다.
다시 허리가 들썩였다.
“이제, 이제 해. 해도 돼. 여기서 계속 섹스하면서 하는거야.”
“하아, 하아, 응.”
헬레나의 머릿속을 투영하듯 왜곡의 권능을 사용했다.
빛이 내게 무한히 쏟아지듯 시야가 번져갔다.
감긴 눈을 뜨니 보였다.
그 문이다.
무거운 쇠결이 살아움직이는 듯 비틀리고, 표면의 일그러진 인물들과 뒤틀린 형상들이 비명과 신음을 전해왔다.
두 문은 굵은 쇠사슬로 X자처럼 교차 봉인되어 쉽게 열릴 기미가 없었고, 곳곳에 빽빽한 고대 문자로 새겨진 둥근 자물쇠들이 매달려 있었다.
자물쇠 표면엔 검붉은 녹이 번져 오래된 피 자국을 연상시켰고, 문틈 사이로는 복도의 암흑보다 더 짙고 무거운 어둠이 흘러나와 공기를 짓누르는 듯했다.
문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악마문서의 입구는 이렇게 생겼구나.”
“어?”
헬레나가 같이 옆에 서있었다.
“어떻게?”
물음에 헬레나의 말이 이중으로 들려왔다.
“나도 모르겠어.”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본인도 당황한 듯 금새 얼굴이 붉어졌다.
“헬레나 그… 들리는 것 같아.”
“아…알아.”
“왜왜왜왜왜왜 들리는거야 왜왜왜왜 부끄러부끄러부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