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159화 재갈 너머로 흘러나오는 소리는 이미 사람의 말이라기보단 짐승의 울음에 가까웠다.
로코 포르테 호텔 드 라 빌(Rocco Forte Hotel De La Ville).
밴이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창밖으로 검은 복장의 길드원들이 보였다.
사방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입구, 로비 안쪽, 주변 건물 옥상까지.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더니, 한 명이 무전기에 대고 뭐라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끄덕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길드원들이 양옆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열 명, 스무 명. 끝이 안 보였다.
‘어?’
백목련 길드복만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문양의 복장이 여럿 보였다.
연합 길드들인 모양이었다.
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왜 이렇게나?’
예전 티비에서 보았던 외교에서 느끼던 감정이었다.
이런건 한 국가의 원수들이 받는 대접이 아니던가.
시은이 먼저 내렸다.
자연스러운 발걸음이었다.
샌이 그 뒤를 따랐다.
나도 내렸다.
미레가 내 팔을 잡으며 따라 내렸고, 야니는 목줄에 이끌려 마지막으로 나왔다.
그 사이를 걸어갔다.
괜시리 자부심이 차올랐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VIP 경호, 그 한가운데를 내가 걷고 있다니!
길드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존경인지, 경계인지, 호기심인지.
아마 전부였을 거다.
“이곳에도 성이 있네 근데 좀 작다. ”
미레가 호텔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손으로 눈 위를 가리며 꼭대기를 봤다.
“하하하, 좀 작은 성이라. 맞네.”
시은이 웃으며 미레 쪽을 봤다.
“귀여운 애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마계의 성과는 달랐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은은한 고급스런 향이 맞이했다.
꽃향인가.
아니면 뭔가 섞인 건가.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좋았다.
천장은 높고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는데, 반짝이는 게 그냥 유리는 아닌 것 같았다.
빛이 부서지는 방식이 달랐다.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진품인지 복제품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진품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미레가 두리번거렸다.
다른 문명을 접하듯.
눈이 초롱초롱했다.
야니는 여전히 절정에 흐느끼며 감정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직원이 다가왔다.
단정한 정장에 흰 장갑.
허리를 깊이 숙였다.
“Benvenuto, Signorina Jeong.”
시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직원이 은쟁반을 들고 왔다.
차가운 물수건이 담겨 있었다.
레몬 향이 났다.
또 다른 직원은 샴페인 잔을 내밀었다.
황금빛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시은이 물수건을 집어 목덜미를 닦았다.
샌은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자연스러운 동작들이었다.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었다.
시은이 미레에게 따뜻한 물수건을 건넸다.
“고, 고마워.”
미레가 어색하게 받아들었다.
경계하던 눈빛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대기하고 있던 다른 복장의 길드원이 카드를 찍으며 시은에게 시선을 던졌다.
허리를 굽히고 손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뻗었다.
“맨 위로.”
시은이 짧게 말했다.
그가 버튼을 누르고 물러나서야 시은이 탑승했다.
우리는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올라가는 동안 귀가 먹먹해졌다.
꽤 높이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 자체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서 있었기에 간격이 좁았다. 여자 넷과 나 하나.
자연스럽게 약간씩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팔이, 내게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했다.
미레가 내 왼팔을 잡고 있었다.
시은은 창가 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샌이 그 옆에.
야니는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특히나 야니는 덩치가 크고 가슴도 제법 컸기에 계속 내 어깨위에 닿았다.
꿀꺽.
이 뭉클한 감각은 여러번이나 느꼈음에도 언제나 내게 긴장감을 주었다.
오히려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두근거렸으면.
시선을 돌렸다.
“이쁘네.”
엘리베이터 안에도 은은한 조명이 있었고, 벽면에는 작은 그림이 하나 걸려 있었다.
풍경화 같았다.
어딘가의 바다.
딩ㅡ♪
문이 열리자 감탄할 만한 광경이 바로 펼쳐졌다.
넓었다.
천장도 높았다.
하지만 그건 별로 놀랍지 않았다.
마계의 성들에 비하면 아담한 편이었으니까.
놀라운 건 다른 거였다.
색의 조화.
크림색 벽면에 금빛 테두리 장식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았다.
그 절묘한 균형이 눈을 사로잡았다.
바닥의 나무는 갈색과 짙은 갈색이 번갈아 가며 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헤링본이라고 했던가.
단순히 나무를 깐 게 아니라 하나의 패턴으로 디자인한 거였다.
거실 한가운데 짙은 파란색 소파가 놓여 있었다. 벨벳.
그 옆에 황동색 협탁.
그 위에 놓인 하얀 꽃.
생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색 하나하나가 계산된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천장의 샹들리에도 그랬다.
수백 개의 크리스탈 조각들이 빛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이건 빛 자체를 예술로 만든 거였다.
소소한 것들에 눈이 갔다.
쿠션에 수놓인 자수.
꽃무늬였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느껴졌다.
커튼 끝에 달린 술 장식.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문손잡이의 곡선.
그냥 손잡이가 아니었다. 조각품이었다.
하나하나에 손길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취향과 고집이.
미레가 내 옆에서 킥킥거렸다.
“귀엽다.”
“뭐가?”
“이런것들. 마계에선 못 봤어.”
미레가 쿠션을 집어 들었다.
자수를 손끝으로 쓸어봤다.
시은이 미레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어, 응.”
미레가 조금 당황한 듯 대답했다.
“다행이다.”
시은이 부드럽게 웃었다.
“편하게 있어. 여긴 내 집이나 마찬가지니까.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말해. 선물해줄게.”
“…응.”
빛이 내 눈가를 흘겼다.
내리쬐는 방향을 추적하다 발견했다.
진짜는 창이었다.
벽 하나가 통째로 창문이었다.
아니, 창문이라기보다 액자 같았다.
그 안에 로마가 담겨 있었다.
“저기 성 베드로 대성당이야.”
시은이 창가로 다가가며 말했다.
손가락으로 멀리 가리켰다.
창 너머로 로마가 보였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이 주황에서 분홍으로, 다시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저 멀리 돔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스페인 광장.
분수 주변으로 사람들이 점처럼 모여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 어딘가의 바이올린 선율,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올라왔다.
시은이 내 옆에 섰다.
미레가 반대편에 섰다.
샌이 소파에 앉아 우리를 바라봤다.
언제 들고왔는지 손엔 맥주병이 들려있었다.
마계에도 거대한 성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없었다.
이 섬세함.
이 따스함.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각.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돌아왔구나.
내 세계로.
얼마 있지 않아 더욱 철저하게 구속된 장미연이 도착했다.
두 명의 길드원이 양쪽에서 팔을 잡고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굵고 억세보이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입에는 재갈까지 물려 있었다.
눈만 간신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은이 장미연의 목덜미를 잡아 거실 중앙으로 끌어왔다.
“젠장, 미친년이야. 괴물을 풀어?”
샌이 한마디 거들었다.
“마귀년은 바로 죽였어야 했어. 이용가치가 있다고 오판한게 후회로 남아.”
물건 다루듯 무심한 동작이었다.
쿵ㅡ!
장미연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나와 샌이 번갈아 감시할게.”
시은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샌이 한숨을 내쉬며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시 수고하려는 시은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그러지 않아도 돼.”
시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내게 시선을 던졌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장미연의 몸에 내 힘을 심어놨어. 절대 내 말을 거역할 수 없도록 만드는 중이야.”
그 말을 증명하듯, 장미연의 몸에 심어 놓은 로터들을 동시에 발동시켰다.
장미연의 몸이 격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족쇄가 바닥을 긁으며 소리를 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일 힘조차 없었는지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내 허벅지 안쪽이 부르르 떨리며 투명한 애액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려 구속복을 흥건히 적셨다.
젖꼭지는 이미 딱딱하게 서있었다.
바닥에 쓸릴 때마다 마치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듯한 쾌감이 온몸을 꿰뚫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눈동자가 완전히 풀려 있었다.
초점이 흐릿하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흐으… 흐으으으…”
“너 때문에.”
재갈 너머로 흘러나오는 소리는 이미 사람의 말이라기보단 짐승의 울음에 가까웠다.
“네 욕심때문에.”
로터의 속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부우우웅— !
안쪽 깊숙이 박혀 있던 것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성감대를 미친 듯이 때렸다.
“흐으으으으으ㅡ! 으으으ㅡ!”
장미연의 허리가 하늘로 들썩였다. 동시에 분수가 터졌다.
푸슈욱! 푸슈욱!
“아으으으으ㅡ!”
애액이 구속복 사이로 뿜어져 나와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을뻔했어.”
그녀의 배가 눈에 띄게 부풀었다 줄었다 반복했다.
절정 한 번에 체력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이제 알겠지? 네 몸은 이미 내 거야. 숨 쉬는 것도, 오르가즘 느끼는 것도, 전부 내 허락 없이는 못 해.”
장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힘없이 턱만 떨어졌다.
침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눈빛만은 모든 걸 당장이리도 바칠 것 처럼 이미 완전히 굴복해 있었다.
그녀의 보지는 여전히 부르르 떨며 로터를 조이고 있었다.
나는 미소 지으며 로터를 최대로 올렸다.
이내 허리를 위로 꺽으며 재갈위로 침이 계속 질질 흘러나왔다.
부우우웅—!!
“으아아아아아ㅡ!!!!”
장미연의 몸이 활처럼 휘며 또 한 번 분수를 뿜었다.
“대체! 왜!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거야? 소모품이 아니라고.”
기세는 멈추지 않았고, 단 시간만에 미연의 체력을 모두 고갈시켰는지 힘에 겨운 신음과 숨소리가 울렸다.
“흐으으으, 흐으으.”
“…대단한데. 이거라면.”
“네. 언니. 안심할 수 있겠어요. 남주야! 아주 하루종일 발동시켜버려!”
그제서야 샌이 긴장이 풀리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환하게 웃었다.
“후하! 살았다!”
샌이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감시하는거 꽤나 고역이거든. 눈 한번 깜빡하면 뭔 짓을 할지 몰라서.”
짝!
샌이 손뼉을 치며 말을 이었다.
표정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이제 좀 씻고올까? 샤워부스는 많으니까.”
샌이 복도 쪽을 가리켰다.
“갈아입을 옷은 가운을 입어도 되고 상하의가 구분된 옷도 있거든.”
샌은 입구에서 가까운 두 개의 방을 손가락으로 톡톡 짚었다.
“여기랑 여기는 우리가 이미 쓰고 있으니까. 다른 방 골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빈 방 하나를 골랐다.
“저기로 할게.”
그런데 샌이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 끝?”
미레와 야니를 번갈아 보더니 내게 물었다.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한 방에?”
아.
미레가 내 팔을 꽉 움켜쥐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야니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목줄이 철컥거리는 소리가 나며 흔들렸다.
시은이 피식 웃으며 샌의 어깨를 툭 쳤다.
“그만 놀려.”
“에이, 언니도 궁금하잖아요.”
샌이 키득거렸다.
“……방 두 개 더 쓸게.”
내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