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15화. 숲속의 방뇨, 그리고 은밀한 온천]
차밖에 서늘한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폐부를 차갑게 씻어내렸다.
차 안을 진동하던 끈적한 열기와 쿰쿰한 밤꽃 냄새와 달리, 숲속의 상쾌한 풀내음이 머리를 맑개해줬고 기분좋은 흙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후우..."
재혁은 담배를 불을 붙여 한 모금 깊게 빨더니, 민우에게도 한 개비를 권했다.
"피울래? 끝나고 피우는 게 제맛인데."
"줘 봐."
민우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받아 물었다. 불을 붙여주는 아저씨의 손이 묘하게 익숙했다. 우리는 나란히 차 문에 기대어, 숲속의 맑은 공기와 니코틴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어떠냐. 이제 좀 실감이 나냐? 너와 내가 하나라는 게."
"어. 확실히 알겠어. 아까 누나 입에 쌀 때... 아저씨가 싸는 건지 내가 싸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게 정답이다. 우리는 몸만 두 개지, 감각은 하나야."
재혁은 킬킬거리며 내 등짝을 팡, 쳤다.
"근데 있잖아... 아저씨 아니...”
"씁. 방금 속으로 '진짜 네가 나냐?'라고 물으려 했지? 입 밖으로 냈으면 죽빵 한 대 날렸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키웠는데, 자식같은 놈이 맞먹으려 들면 쓰나."
"아... 하하, 들켰네."
재혁의 뻔뻔한 농담에 헛웃음이 나왔다. 민우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아까 누나... 대체 뭐야?"
"뭐가?"
"내가 물어보니까 입만 뻥긋거리면서 말을 못 했잖아. 그리고 뭐랄까... 누나가 현실을 부정하려고 할 때마다, 마치 세상이 개입하는 듯한 그 기분 나쁜 감각..."
민우의 진지한 물음에 아저씨는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그거. 내가 잠시 '현실'을 인식시켜 준 거다."
"현실?"
"그래. 이 마을 여자들은 '축복'이라는 향기에 취해 있어. 근데 나는 그 '비밀의 근원'을 봐버렸잖아? 그래서 내가 원하면 아주 잠깐, 녀석들의 그 향기를 깨고 현실을 보여줄 수 있지. 일종의 버그 같은 거야."
재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서란뿐만이 아니다. 세희도, 다희도 마찬가지야. 이 마을의 모든 여자는 다 똑같아.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향기를 제어하지 않으면, 저 본능에 잡아먹히는 건 순식간이고 일상이 불가능하지. 그래서 내가 너한테 '핸들 잡는 법'을 가르치는 거고. 오늘 안으로 21살 생일 전처럼 일상이 살아갈 수 있는 법을 알려주마."
재혁의 조언은 묵직했다. 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치명적인 모순에 입을 열었다.
"아, 잠깐. 그럼 아저씨가 내 미래라면... 세희 아줌마는 내 와이프인 거야? 내가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해야 나를 다시 거두는거고? 그럼 사진 속 서란 누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이거 타임 패러독스 아니야?"
"......"
민우의 진지한 질문에 아저씨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민우의 뒤통수를 가볍게 후려쳤다.
"얌마, 그걸 내가 아냐? 내가 과학자냐?"
"아니, 본인 일이라며!"
"몰라, 임마. 그 양반의 농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 21번째 생일날 난 그냥 기억을 찾았을 뿐이야. 이곳이 다중 우주든, 과거 회귀든, 평행세계든, 달라지는 건 없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거지."
재혁의 단순명쾌한 대답. 하지만 민우는 거기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그 말은... 내가 결코 무작정 태어난 게 아니라, 내 존재가 이 모든 세계관의 중심이란 말이지?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건가?"
민우가 주먹을 꽉 쥐며 비장하게 중얼거리자, 재혁은 기가 찬다는 듯 혀를 찼다.
"자식... 그냥 아무 말이나 했더니, 뭔 개소리를 하고 있어. 미래는 무슨, 당장 네 좆 하나 간수 못 해서 헐떡거리는 놈이."
"......"
"꿈 깨라. 우린 그냥 '운 좋은 수컷'일 뿐이야. 주는 대로 받아먹기나 해."
민우는 재혁의 냉철한(?) 팩트 폭력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거창한 운명론보다는, 당장 오늘 밤 누구랑 잘지가 더 중요한 게 이 집구석의 현실이었다.
그때였다.
"저기요... 두 분...? 오줌 싸는 데서 꼭 그런 만담을 해야겠어?"
다리 아래쪽에서 서란의 다급하고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아저씨는 동시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서란이 두 사람 아래에서 도로변 풀숲을 향해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방금 전의 격렬한 행위와 뱃속에 가득 찬 두 남자의 정액, 그리고 흥분으로 인한 자극 때문인지,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요의(尿意)에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누나, 아직 안 쌌어?"
"안 나오는 걸 어떡해! 너희들이 쳐다보니까 부끄러워서 그렇잖아! 근데 참을 수 업어... 으으... 나올 것 같아..."
서란은 핫팬츠와 팬티를 발목까지 내린 채, 하얀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허벅지 안쪽 근육이 경련했고, 잔뜩 부풀어 오른 아랫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볼록했다.
"허허, 서란아. 부끄러워할 거 없다. 민우랑 아저씨가 '매너' 있게 가려줄게."
재혁은 능글맞게 웃으며 서란의 정면으로 다가갔다. 나 역시 아저씨의 의도를 눈치채고, 서란의 다른 쪽 앞을 막아섰다. 말은 가려준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가장 잘 보이는 명당자리에서 그녀의 배설 장면을 직관하겠다는 관음의 배치였다.
"야! 저리 안 가? 으윽...!"
"가만있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우리가 딱 막아주니까 안심하고 싸."
민우는 짐짓 진지한 척하며, 쪼그려 앉은 서란의 다리 사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양옆으로 활짝 벌어진 대음순 사이로, 굳게 닫혀 있던 요도구가 미세하게 벌름거리는 것이 보였다. 방금까지 쾌락을 받아내느라 잔뜩 충혈된 점막이, 이제는 배설의 욕구로 인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으으... 진짜... 몰라... 나 싼다... 읏!"
한계에 달한 서란이 눈을 질끈 감으며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추아아아악-!
경쾌하고 거센 물소리와 함께, 투명하고 뜨거운 오줌 줄기가 서란의 요도구에서 직선으로 뿜어져 나왔다. 땅바닥에 부딪힌 물줄기가 튀어 올라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따뜻하게 적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적나라한 광경을, 나와 아저씨는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숨죽여 지켜보았다.
“크으… 시원하겠다. 역시 우리 딸, 잘 싸네.”
"누나, 다 튀잖아. 좀 조준 잘 해봐."
"닥쳐... 으윽... 아직 안 끝났어... 하아아..."
서란은 수치심에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미친… 왜 민우랑 아저씨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워 죽겠는데… 왜… 더 부끄러울수록… 더 좋아지는 거지?’
하지만 그 시선이 닿을수록, 아랫배가 다시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수치심에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로, 끊임없이 오줌을 쏟아내는 서란. 그리고 그 앞에서 뻔뻔하게 '매너 다리'를 해준 채, 쏟아지는 물줄기를 감상하며 담배 연기를 뿜는 두 남자.
이 미친 여행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민우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끓어오르는 정액만큼이나 뜨거운 기대감이 아랫배를 지졌다.
왜냐하면 집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비일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아, 찝찝해... 다 튀었잖아. 냄새나서 차에 어떻게 타?"
서란은 젖은 팬티와 핫팬츠를 어정쩡하게 추어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허벅지 안쪽은 오줌과 애액이 뒤섞여 끈적하게 말라붙어 있었고, 차 안에 배어든 비릿한 밤꽃 냄새는 환기를 시켜도 좀처럼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꼴로 집에 가면 세희 아줌마한테 등짝 스매싱 확정인데..."
"그러게 누가 그렇게 요란하게 싸라더냐."
재혁은 킬킬거리며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그리고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룸미러로 민우와 서란을 번갈아 보며 씨익 웃었다.
"민우야, 차 돌려라. 집으로 안 간다."
재혁은 룸미러를 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뒷좌석은 비릿한 밤꽃 냄새와 서란의 오줌 지린내, 그리고 땀 냄새가 뒤섞여 숨 막히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왕 나온 거, 제대로 씻고 가야지. 산 중턱에 새로 생긴 온천이 있다더라. 물이 그렇게 좋다는데, 확인해 봐야지."
민우는 재혁의 지시에 핸들을 꺾었다. 차는 어둠이 깔린 산길을 타고 올라가, 울창한 대나무 숲속에 숨겨진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간판도 없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은밀한 곳이었다.
"우와... 우리 마을에 이런 데가 있었어?"
서란이 감탄하며 차에서 내렸다. 엉망이 된 핫팬츠와 팬티는 이미 벗어서 가방에 구겨 넣은 상태였다. 크롬탑 아래로 훤히 드러난 하얀 엉덩이가 밤바람에 시원하게 노출되었다.
유황 냄새와 산속의 습기.
재혁은 새로 생긴곳이라면서 마치 익숙한 듯 앞장서서 여관의 낡은 미닫이문을 열어젖혔다.
"계십니까?"
대답 대신 안쪽에서 뿌연 수증기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뜨거운 김에 섞인 기이하고 달콤한 향기가 문밖까지 은은하게 퍼졌다.
"어머, 손님이..."
수증기 안개 속에서 여주인이 헐레벌떡 뛰어나오다 문 앞에서 멈칫했다. 흐릿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땀과 수증기로 흠뻑 젖어, 얇은 개량 한복이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어머, 이게 무슨 꼴이야. 손님을 맞이하려면 일단 옷부터...'
새 옷을 챙기려던 순간, 문틈으로 스며든 그 달콤하고 중독적인 향기가 코끝을 강하게 간질였다. 단정함과 부끄러움이 순식간에 안개처럼 흩어졌다.
‘…굳이 갈아입을 필요가 있나? 이렇게 젖은 게 더 시원하고, 자연스럽잖아. 오히려 이게 손님한테 더 잘 어울리지 않아?’
그녀는 젖은 저고리를 가볍게 펄럭이며 정리하고,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문을 활짝 열었다.
"어머나, 손님! 죄송해요. 탕 온도 맞추느라 소리를 못 들어서..."
문을 연 그녀의 시야에 세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와, 하의를 전혀 입지 않은 젊은 여자 한 명. 매끈한 엉덩이와 허벅지가 밤공기에 번들거렸다.
평소라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법한 광경이었지만, 여주인은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 자유로운 노출이 온천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됐다.
30대 후반의 풍만한 여주인은 향기에 완전히 취한 채, 뜨거운 탕에서 막 나온 옷차림 그대로 손님을 맞이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개량 한복은 옷이라기보다는 얇은 막에 불과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얇은 모시 저고리가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묵직하게 쏟아질 듯한 젖가슴과 잔뜩 성이 나 돌출된 유두 끝이 민망할 정도로 투명하게 드러났다.
"후우... 너무 덥네요. 어서 오세요."
그녀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몸을 흔들 때마다, 얇은 치마가 허벅지 사이로 말려 들어갔다. 허벅지 안쪽 살이 서로 맞닿아 짓눌리는 모양새와,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둔부의 살집이 천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장님, 고생이 많네. 옷이 다 젖어서 어째?"
재혁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여주인의 젖은 등허리에 손을 올렸다. 단순한 터치가 아니었다. 재혁의 거친 손바닥이 땀에 젖어 투명하게 달라붙은 등허리를 꾹 누르며, 깊게 파인 등골을 따라 엉덩이 살이 갈라지는 틈새까지 진득하게 훑어 내렸다.
"아... 흣... 손님...?"
여주인은 움찔하며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재혁의 손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수컷의 향기가 땀 냄새와 섞여 코를 찌르자, 그녀의 동공에 열기가 어리더니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가만있어봐. 땀 닦아주는 거야. 이러다 감기 들어."
재혁은 태연하게 말하며, 다른 손으로 여주인의 젖은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손가락이 축축한 살결을 훑고 지나가자, 여주인의 입에서 뜨거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아... 냄새가... 너무... 진해..."
그녀는 거부하는 대신, 재혁의 가슴팍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마치 페로몬에 취한 암컷처럼, 본능적으로 재혁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재혁은 여주인을 한 팔로 단단히 끌어안은 채, 턱을 들어 민우를 향해 웃었다.
“민우야, 봤냐? 이게 너와 나 둘이 벨브를 열어두면 생기는 일이다. 뭐 하냐, 넉놓고 있지 말고 짐 챙겨야지.”
민우는 잠시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트렁크로 향했다. 재혁의 그 시범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처럼 받아들여졌다.
서란은 문 앞에 서서,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자신의 알몸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주인을 훑었다. 젖은 저고리가 가슴을 따라 출렁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부럽기까지 했다.
여주인은 재혁의 품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그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님… 냄새가… 너무 좋아요… 이게… 뭐예요…?”
목소리가 이미 녹아내릴 듯 떨렸다. 재혁은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쥐며 낮게 속삭였다.
“그냥 남자 냄새야. 사장님이 워낙 예민하신가 봐.”
여주인은 작게 웃으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게, 탕물 때문만은 아니었다.
재혁은 여주인의 허리를 감싼 팔에 살짝 힘을 주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죠. 탕이 식으면 아까워요.”
대나무 숲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소리 너머로, 뿌연 수증기와 달콤한 향기가 점점 더 짙게 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