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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서른 번째 이야기 : 영원한 일인자 따윈 없다 (5)


- 생각보다 넓어도.... 너무 넓고 광활한 아시리아의 세계. 수많은 유저들이 득실득실 거리는.... 판노티아 대륙만 해도 그랬다. 정확히....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도달하는데.... 적어도 최소 6개월은 걸렸다. 거기에다가.... 대륙 간 바다를 건너서 항행하는 것도.... 가까운 곳이 최소 한 달은 소요되는.... 먼 여행길. 도시와 도시.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포탈이 없었다면.... 이동만으로도.... 한 세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동 수단이나 스킬.... 순간 전위 마법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특히 남들이 없는.... 정확한 지도와 샛길을 알고 있는 것은.... 모르는 다른 유저에게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114. 하... 무서운 놈이야... 역시나... 그때 소환하지 않은 것은....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어..... 일전 메타트론의 함정에 빠져서 죽을 뻔 했을 때도... 이들의 이름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때 불렀으면.... 곧바로 대뜸 내 등을 쑤시고도 남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그래도 상위 길드장 급 능력을 가진 작자들이니.... 지금도 문제를 일으킨 년을 상대할 능력은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따로 하나하나씩 불러서 임무를 맡겼다. 대신... 지역이 겹쳐지지 않도록 분배해서....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열 한 명이 각자 서로 알게 되어 뭉치게 되면.... 그 또한 귀찮은 일을 만들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최대한 만나지 못하도록 나눠놓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서로 어떤 식으로... 이미 교류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우선 그 계기를... 내가 그 여지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선 요요 또한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눈치 빠른 요요는 이들의 정체와 존재에 대해 대충 짐작은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보스 레이드 전에서도 이들은 내가 직접 빼고 명단에서 지워버렸으니까. 아무튼.... 대충 정체 모를 망토 계집을 잡기 위한 그물을 쳐두었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사실.... 기다리는 것만큼 지겨운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작살내기 위해서.... 기회를 노리는 일에서는 인내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고렙존. 사냥터로 들어가서 경험치를 쌓으며.... 언제든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게 준비만 하면 되었다. 최상급 장비들로 PVP 셋팅을 하고 점검했다. 걸리기만 해라. 아주 갈기갈기.... 걸레짝으로 만들어 줄테니.... 싸늘한 미소와 함께 숨을 날카롭게 내쉬며 들고 있던 검을 돌려보았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보검 << 신성의 엑스칼리버 >> 였다. 몇 개 안되는 최상급 유니크 무기. 혹시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비밀 창고에 두었던 것을 꺼내서 장비했다. 장비 만으로도 여덟 가지 버프를 걸어주는 덕에 몸이 뜨거워졌다. 자신감이 흘러 넘치면서 기분 또한 좋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다시 머리가 복잡하게 되었다. ************** 응? 이건 또.... 뭐지? 갑자기 메신저에 들어온 문자 메세지. 수많은 프렌드리와 노예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니까 문자 연락이 오는 것이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온 문자 메세지는 조금 그것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발신인이 내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 쉐도우 아키러스 >> 쉐도우 아키러스. 현재 << 붉은 혈맹 >>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 붉은 혈맹 >> 은 상위 랭커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곳으로 지금은 명실상부 길드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상위 10위 안에는 언제나 올라와 있었던 길드이긴 했지만..... 그렇게 세력을 불리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곳이라.... 어느 정도 오랜 기간.... 순위가 정체 되었던 곳이기도 했는데.... << 메타트론 >>이 붕괴한 뒤에는.... 자연적으로 길드 간 세력 균형이 깨지면서.... 자연스럽게 1위로 올라간 뒤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서는... 고인물인 랭커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꽤 조직적인 레벨업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소모임 형태로 잘 규합되어 단결력도 높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하긴.... 이전에 보스전에서 그들의 힘과 능력은 충분히 내 눈으로 목격했다. 특히... 그들을 이끌고 있던 아키러스란 인물 또한.... 똑똑히 새겨두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길드장과 내가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은 드물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각 길드와 나와의 관계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경쟁 또는 제약을 주고 받는 관계 였으므로 그리 친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때론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하는 관계가 있었지만.... 그것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표면적으로 나누는 관계였지.... 어떤 이득이 걸리지 않는 한.... 마음을 주고 받는 그런 관계는 맺고 있지 않았다. 메타트론의 길드장 같이.... 아부 비슷한 짓을 하는 작자들도 있었지만.... 그 또한 사소한 연락을 주고 받는 그런 식은 아니었다. 그러니 << 아키러스 >>로부터의 연락은 나로서는 생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길드로부터 걷어드리는 정기적인 세금은.... 요요가 알아서 하고 있었으니 이 작자가 왜 나에게 연락을 해왔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물론 길드장이나 길드 중요인물과는.... 한정적으로 직접 회선을 연결해놓기는 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 괜찮으시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직접 바엘님과 통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 나름 정중한 문장. 대체 무슨 일로 나를 찾는 거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중이라 귀찮게 느껴졌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일이라면 더군다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바로 아키러스에게 일대일 대화를 걸었다. ************** " 오랜만입니다 바엘님. " 오라가 피어오르는 검은 투구를 쓰고 있는 아키러스가 왼쪽 시야 한쪽에 나타났다. 쳇.. 남자 녀석하고 영상 통화라니..... 이번에 새로 장만한 것인지... 보스 전에서 봤던 장비하고는 다른 모양이었다. 이전부터 참.... 검은색으로 깔맞춤 하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디 방구석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가뜩이나 어두컴컴한 배경까지 어우러져 온통 화면이 어둡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굳이 왜 영상으로 통화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 또한 외모를 바꾼 채 그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 아. 피차 용건은 간단히 하자구. 나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게 뭐야? " 서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안부를 주고받는 겉치레 따위는 피곤하기 짝이 없는 행태였다. 싸울 꺼라면 바로 주먹부터 날리고.... 협상을 할 것이라면 떡밥일지라도 제안부터 던지는 것이 제일 아니던가. 특히나... 덜렁거리는 물건을 달고 있는 남자들끼리.... 친한 척 구는 것은 밥맛이었다. " 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 역시 녀석도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나와 이심전심인지 바로 말을 받았다. 순간 시야 오른쪽 아래에 알람 표시가 떴다. 상태줄. 아키러스가 나에게 무언가 전송했다는 의미였다. 바로 손으로 해당 부분... 허공을 터치해서 열었다. 메신저를 통해 날아온 첨부 파일. 전송된 그가 보낸 데이터를 승인하자마자 바로 시야 가득 무언가가 펼쳐졌다. 그건 아시리아..... 정확히는 판노티아 대륙에 있는 여러 지방 지역들 하나하나 보여주는 지도들이었다. 흐음.... 왠 지도를 보내고 난리야? 살짝 찌푸려진 상태에서.... 눈을 가늘게 뜨며 한장 한장 살펴보았다. 첫 번째 지도는 판노티아 대륙 전체 맵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지역들이 보였다. 나머지들은 그 동그라미 지역들을 따로 뽑아서 확대한 상세 맵이었다. 대략 70~80대 레벨들이 탐험하는 지역들이라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리는 곳들이었다. 뭐야.... 고작 이런 지도 때문에 나를 불렀다는 건가??? 조금 김이 빠져서 피식 웃으며 맵을 넘겨보는데... 순간 절로 눈이 부릅떠졌다. " 보셨습니까.... 바엘님? " 아키러스의 목소리. 담담한 그의 어조에 비해 나는 조금은 거칠어진 숨소리를 섞은 채 물었다. " 이... 이거... 어디서 났어? " 절로 심장이 싸하게 얼어붙는 느낌. 하지만 여전히 아키러스의 대답은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 저희도 정확한 출처는 모릅니다. 다만... 익명으로 저희 길드 대표 메일함에 수신되었습니다. " " 메일로!???? " 제기랄..... 아무튼 만들어 놓으면 다 이렇게 써먹는 놈들이 있다니까. << 익명 메일 >> 아시리아 세계 또한 게임 시스템의 태생 상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딱 하나. 익명을 통한 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대체 처음 개발진이 무슨 생각으로 만든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개인 또는 단체가 자신의 이름으로 메일함을 등록할 수 있었고 그건 일종의 우편함과 같은 역할을 했다. 간혹 그것을 통해 아이템을 보낼 수도 있는데.... 당연히 너무 크거나 무거운 것은 보낼 수 없고.... 작은 악세사리나 간단한 레시피 같은 소소한 것들은 첨부해서 보낼 수도 있었다. 그것을 통해.... 누군가에게 몰래 깜짝 선물 같은 것을 보내기도 하고.... 마구 잡동사니를 발송해서 상대방 메일함을 수신불능 상태로 만들 수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 스팸 방지를 패치해서.... 아예 먹통으로 만드는 것은 차단되도록 제한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수많은 유저가 힘을 합치면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수가 천여 명 이상 필요하고.... 그래봐야 고작 메일함 하나 못쓰게 만드는 것이라 별 의미는 없었지만. 당연히... 편지 같은 데이터 전송도 가능했다. 인터넷 웹메일처럼. 지금 아키러스가 말하는 것이.... 바로 이 메일함을 말하는 것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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