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첫 번째 썰. 혼전순결을 깨려는 여자 이서하 (2)
2.
흐흐...
어서 와.
그럼...
저번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도록 할께.
오빠라고 불러도 되냐는 말에...
괜찮긴 한데...라고 말을 줄였더니....
그 여자애가 그런데요 하고 물어왔어.
약간 어두운 주점의 조명 속에서...
유난이 반짝거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자니...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순순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을 꺼야.
나도 뭐...
별 수 없는 남자니까...
그 법칙에 순응했지.
" 덥썩 오빠라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
대충 농담을 하며 가볍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여자애가 생글거리면서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라고.
여자들...
그 특유의 포즈 있잖아?
긴 머리카락 늘어뜨리며....
바라보는 그 포즈!
" 푸훗.... 갑자기 와서는 오빠라고 하니까... 좀 그래요? "
하....
눈치는 어찌 이리 빠른지....
내 마음을 콕 찍어서 말하니....
절로 입맛이 다실 수 밖에 없더라고.
그렇다고 해서...
뭐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야.
곰 같은 여자보다야...
여우같은 여자가....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만큼 머리가 쌩쌩 돌아가는 상대이니...
골탕 먹을 땐...
아주 쎄게 먹는다는 단점 외엔....
서로 인연을 얽게 되는 경우 알아서 척척 돌아가는 게...
여러모로 보았을 때 좋긴 하지.
아무튼....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끝이 없겠다 싶어서....
더 이상은 돌리지 않고 말했어.
" 흐흐... 내가 아는 건 이름 정도 밖에 없어서.... 오빠라고 불리기엔 염치가 없다고 할까? 뭐... 그런 거지. "
" 헤... 그럼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알아가면 되죠. 제 이름 안다고 했으니까... 이름이 뭔지 물어도 되여? "
아까부터..
뭘 그리 확인하려고 하는지...
원래 돌다리도 두들기는 스타일인가 싶지만...
이렇게 초면인데도 먼저 말을 거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용기이다 보니...
보통은 귀찮아 했을 일이었지만 성실답변으로 응답했어.
" 훗.... 이씨 가문 똑똑한 따님.... 서하라고 했잖아. "
" 풋... 똑똑한...은 뭐에요? 절 알지도 못하면서 막... 똑똑하다고 해도 되여? "
입술을 삐죽이면서 살짝 눈을 홀기는데....
입가엔 미소가 머물고 있는지라...
기분 나쁜 의미는 아닌 듯 싶었어.
나 또한 피식 웃으며....
대꾸했지.
"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똑똑하지. "
"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오빠도 내 이름 알고 있는데.... "
" 그게 같겠어? 나야 당연히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걸? "
" 피이... 순 엉터리.... 이름 기억하는 게 다 똑같지... 뭐가 달라요? 그러고 보니.. 여자한테 막... 칭찬해주고 비위맞추는 게 오빠 특기인가 봐여? "
오호....
이번 말에는....
약간 가시가 느껴지더라고.
아마....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남자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야.
뭐 그런다고 해서...
기가 죽을 내가 아니었지만 말이지.
계속 실실 웃으며 말을 받았어.
"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오해하면 좀 억울한데? 난 사실 있는 대로 말했다고. "
" 뭐가요? "
" 흠... 서하 네 이름이야... 처음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니까.... 내 입장에선 외우기 쉬울 수 밖에 없잖아. 내가 아니더라도 아마.... 똑같이 기억할 수 밖에 없었을 거야. 하지만 넌 전혀 다르지 않아? 여기 와서 처음 보는 사람이 나 말고도 수두룩한데... 그 와중에 내 얼굴과 이름을 한번에 기억했다는 거니 그게 똑똑하지 않으면 누가 똑똑하겠어? 안 그래? "
난데없이 소환되는 장..그래...
아니 안 그래.
그리고...
그제서야 아.. 하는 표정을 보여주는 그녀이었어.
사실...
내 이름을 딱 말하면서 오빠라고 부를 때....
솔직히 대단하네 싶었거든.
가뜩이나 난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이라...
그런 사람을 보면 좀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느끼는 편이라...
더 그랬지.
서하라는 그 여자애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어.
" 훗....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틀렸어요. 똑똑해서.... 오빠 이름을 기억한 건 아니에요. "
" 그래? 호... 그럼 어떻게 기억한 건데??? "
" 흠... 사실은.... 먼저 알고 있었어요. 오빠 얼굴... 오빠 이름...."
" 응??? 나를 알고 있었다고????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나는 전혀 모르는 여자애가...
나를 알고 있다고 말하면.....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려버렸지.
서하는 쑥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거든.
" 언니... 수진 언니한테 얘기 들었거든요. "
윽....
수진.....
여기서 튀어나오는 수진이의 이름을 듣자마자...
절로 입맛이 씁쓸하게 바뀌었어.
어쩐지.....
이제서야 왜 모임 오기 전....
나를 위한 참석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지.
물론 아직도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전개는 알만 했는데....
하...
진짜 이 여자애가....
그런 볼일로 나를 보려고 했단 말이지????
약간 분위기를 눈치 채자....
서하를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은 달라졌어.
전혀 믿기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서하를 바라보는데....
일단 처녀라는 생각이 들자....
지금과는 다르게 조금은 흥미가 솟아났지.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흐흐...
천천히 그녀를 너무 티나지 않게....
위 아래로 살폈어.
역시...
다시 봐도 예쁜 자태였지.
예쁘장한 얼굴은 물론이고...
그 아래 가느다란 하얀 목선...
볼록한 가슴...
비록 옷 위에 보이는...
몸매였지만...
그 아래 있을 태초의 순수를 상상하니...
심장 쪽에 막....
화톳불이 켜지는 기분이었어.
하지만...
서하는 내가 아무 말이 없이....
자신을 보고만 있자 더욱 어색했던 모양이었나 봐....
조금은 더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여자애들 특유의 애교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더라고.
" 훗... 미리 알았다니까... 좀 그래요? "
" 하하... 그렇긴 뭐....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좀 놀라긴 했지. "
" 히... 미안해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대충 짐작은 갔어.
일단 나를 보고 어떻게 할까....
결정하기로 했을 거야.
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냥 아무 일도 아닌 듯 가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미리 말해두면...
싫든 좋든....
나와 마주쳐야 하니까...
일부러 말하지 않았을 테지.
그게 수진의 생각인지...
아니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서하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산적인 행동에 조금 마음이 시큰하긴 했어.
하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마음에 두면....
괜히 나만 피곤해지는 법이었거든.
금세 툴툴 털어버리고 있는데....
서하가 말을 건넸더라고.
" 이제 이름도 알았고 얼굴도 알았으니까... 오빠는.... 뭘 더 알고 싶으세요? "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그녀의 얼굴이 다시 나를 보고 있었어.
이렇게 보니까...
귀여운 고양이상 같기도 하고....
난 이왕이면 단도직입적으로....
서하의 거리를 줄이기로 마음먹었지.
" 흠.. 글쎄? 일단... 내 옆에 앉은 이유? "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벌렸어.
그러곤...
잠시 그 상태에서 날 보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술잔을 한 모금 마시더라고.
" 와아.. 오빠는 들은 대로...네요. 조금은 돌려서 말할 줄 알았는데..... "
그렇게 말하는 서하의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피어올랐어.
고작 한 모금 마신 술에 저렇게 될 리 없었지.
역시나....
난...
확신했어.
역시...
날 알고 왔구나...
훗...
그럼 그렇지....
상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내 마음에 절로 여유가 채워졌어.
말도 느긋해지고...
자세도 느긋해지며....
서하를 바라볼 수 있었어.
" 훗... 무슨 말을 들었을지... 궁금한데? "
서하는 바로 피식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내 쪽으로 살짝 숙이며 물었어.
" 오빠는... 제가 어떤 말을 들었을 거 같아요? "
" 어떤 말을 들었을까? 흠.. 잘 생기고... 몸 좋고.... 운동 잘하고... 공주도 쪼금 하고... 뭐든..... "
생각하는 듯 싶게 말을 끊었다가....
약간은 음흉한 미소를 띄며 말을 이어갔지.
" 잘한다? "
말이 끝나자마자...
서하는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어.
" 푸하하하... 오빠... 완전.... 자뻑남이었네요? 아하하.... 뭐에요? 순전히... 자기 자랑 뿐이야... 하하하... "
" 흐흐흐... 내가 원래 좀..... 자뻑이 심하긴 해. 이것도 뭐.. 사실 그대로 말한 건데... 언제나 말하고 나면 자뻑이 되더라고. 흐흐..... "
" 큭큭큭.... 멀리서 보기엔.. 순....차도남 같더니만... 순.. 뻥이었나 봐요. 오빠... 언니가 이런 얘기까지는 안했는데.. 헤헤.... "
"크흐... 내가 겉보기 등급이 너무 과장되긴 했어. 부담 없이 다가와도 괜찮은... 그런 안전한 별인데... 추울까봐 오질 않더라고. "
" 헤에... 정말 진짜... 안전한 거 맞아요? "
" 그럼... 흐흐... 뭐 대부분은 그렇지.. 히... "
대부분에게 안전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이 있는지 알겠냐...
생각하면서 서하를 바라보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어.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앵두빛 입술.
탐스러운...
입술.
" 그럼..... "
" 응??? "
" 오빠 아까 말했던 거 중에요.... "
" 말했던 거 중에 뭐??? "
" 진짜.. 오빠.... 뭐든지... 잘해요? "
말을 마친 서하의 눈...
그 크고 맑은 눈동자가 완전...
빛을 받고 있는 흑요석처럼 반짝거렸지.
아까 봤던...
반짝거림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듯....
그 눈빛....
눈동자 안에 담긴...
그녀의 마음이...
내 마음에 전해지며....
나 또한 공명하기 시작했어.
두 남녀 사이....
울리는 진동 속에서...
피어오르는 열기....
" 훗.... 그럼.... 웬만하면 다... 잘해! "
어깨를 으쓱거리는 내 대답.
서하의 몸은 내 쪽으로 좀 더 가까이 숙여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은밀하고....
작아졌어.
그리고...
작은 파문처럼 들려오는...
그 목소리 속 문단은...
" 나.. 처음인데.. 오빠... 오늘.... 나 안아줄 수 있어요? "
역시나....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어.
짜잔.....
하지만...
당혹스럽지 않았어.
이수진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이미 짐작했던 일이니까.
어라....
잠깐...
같은 이씨....
설마...
친척은 아니겠지?
사촌.....?
약간....
생각지 못한 의문이 떠오른 가운데....
서하와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하는 것으로....
오늘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갔.....
다음에 또 보자고?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