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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화 스물한 번째 이야기 - 연연불망(戀戀不忘) (22)


#13.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도장을 찍었다 하나. 영화나 소설에서.... 남녀의 정사라는 건.... 서로의 마음을 허락하는.... 증표와 같은 것이었다. 전쟁터로 떠나는 연인에게...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남자보단 여자 쪽의 결단 같은 것을 표현하는..... 그런 행위.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을 나누는 연인에게서... 이 모든 단계....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그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빗장과 같기는 했다. 손을 마주 잡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포옹은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하고.... 입술을 포개고 나누는 키스는.... 이제 친구가 아닌.... 좀 더 가까운.... 특별한 관계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선언과도 같았다. 이제 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 나에게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임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육체관계를 맺는 것은.... 이제 영원히 나의 반쪽이 되어달라는.... 맹세를 맺는 관문 같은 것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이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연애의 단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각오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 문을 지나간 뒤에.... 맞게 될 시간이 어떤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만은 둘 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마음은......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었지만... 섹스라는 건....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그것이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하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나에겐.... 그런 의미였다. 435. " 응...... 그냥 가만히.... 지금처럼 안고 있자. " " 정말.....? " 민희의 커다란 눈동자가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믿음을 강조하는 것처럼....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 응. " " 흐응....... " 그럼에도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얼른 말을 이었다. " 그럼.... 나부터 벗을께? " 그리고는.... 민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티셔츠를 벗었다. 한 번에 두개씩 벗어 버리느라.... 옷이 뭉쳐서 두둑 소리를 냈다. 그러나 옷이 상했는지.... 찢어진 건 아닌지.... 살펴볼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어떤 남자도 그랬을 것이다. 순식간에 상의 탈의를 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철컹.... 소리를 내며 혁대 버클을 풀 때.... 민희는 다시 눈을 감고 있었다. 질끈 감은 눈꺼풀이 떨리는가 싶더니.... 이내 양손이 그 위를 덮었다. 그 아래로.... 붉어진 얼굴과 귀가 보이는 것 같았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보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난 한 번에 팬티까지.... 훌렁 같이 벗어 버렸다. 여자 앞이었지만.... 난생 처음 가족이 아닌.... 다른 여자의 앞이었지만.... 민희 였기에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나처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알몸이 되자.... 조금은 방 안 공기가 쌀쌀하게 느껴졌다. 툭~! 튀어나온 물건이.... 빳빳하게 서지 못하고 왠지 오그라들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긴... 차라리 잘 되었을지도... 벗자마자 완전 발딱 서있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 곤란했을지도 모르겠다. 욕망이 흘러넘쳐서.... 마치 코브라 머리처럼 생긴 그놈이... 민희를 향해 까딱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으....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어찌 됐든.... 지금 민희가 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나름 다행이었다. 아무튼... 내 분신이 완전 폭싹.... 주저앉기 전에 서둘렀다. 난 바로 민희의 바지 쪽을 향해 기어갔다. 이미 풀려있던 앞단추 덕분에.... 그녀의 바지는 살짝 벌어져 있었다. 다시 지퍼를 내리고 아래로 끌어당기려는데.... 민희의 손이 다시 빠르게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 다급한 그녀의 음성이 작게 들려왔다. " 앗.... 오빠... 잠깐... 잠깐만..... "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앞두고.... 날카로운 휘슬을 불며 막아서는 심판을 바라보는.... 축구 선수의 기분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이때 민희의 손길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 왜에......? " 실망감에 내 목소리가 약간 갈라져서 나오고 있었다. " 잠시만.... 잠깐만.... " 명확한 이유는 없이.... << 잠시만 >>만 연발하는 그녀의 목소리. 왠지 이런 식으로 하다간.... 밤을 새도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것 같았다. 이미... 코 앞 고지를 앞두고.... 여유마저 잃어버린 나는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 가만.... 가만 있어봐.... " " 오빠... 아니... 잠깐만..... " << 가만히 >>와 << 잠깐만 >>의 대립과 대결이 이어졌다. 치열한 경합 속에 밀고 당기는 실랑이 또한.... 승패를 낼 수 없었다. 내가 점점 손에 힘을 주자.... 민희도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힘으로만 따지자면 내가 열 단계는 위겠지만.... 징징대는 아이의 손에서 사탕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어른이 무작정.... 힘으로 압도할 수 없는.... 그런 상황. 얼마든지 가능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었다. " 그러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응? 민희야... 잠시만. 잠시만.... 손 좀 놔줘..... " 절로 애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젠 내가 << 잠시만 >>이라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둘 다 << 잠시만 >> 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의미는 서로 정반대를 향했다. 그렇게... 민희를 달라고 어르며.... 조금씩 살짝 힘을 주며 아래로 내렸다. 바지 속 팬티를 남기면.... 지금 바지처럼 벗기면서도 했던.... 똑같은 실랑이를 할까 봐.... 아예 같이 끌어내리고 있었다. 조금씩... 민희의 아랫배가 그 영역을 넓히며....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 흐응..... 아... 오빠..... 아흣..... 오빠아...... " 어쩔 줄 몰라 하는.... 당혹스러움 가득한 민희의 목소리. 그 순간.... 바지를 놓친 그녀의 손이.... 이내 빠르게 얼굴로 올라갔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얼른.... 발목까지 벗긴 뒤 발가락으로 걸어서..... 지겹게 버티던 청바지를 침대 아래로 떨어뜨렸다. 검은색 민희의 청바지는.... 안에 밝은 색 팬티를 끌어안은 채.... 낙화암에서 떨어지는 궁녀처럼 멀리 사라져 버렸다. 드디어.... 완전히.... 알몸이 되어버린 민희의 나신..... 그녀의 하얀 하반신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릎이 서로 엉켜있는 위쪽.... 삼각주에는 검은 수풀이 보였다. 어른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검은 음모.... 나와 같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당연했지만 한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나와 달리.... 팔에도.... 다리에도 털이 없었던 민희였다. 그곳에만 옅지만 검은 터럭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왜....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여자가.... 국밥에 밥 한 공기 말아서... 쓱쓱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무튼..... 그림자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비경을 앞두고.... 새로운 욕심이 피어올랐다. 검은 삼각주.... 그 안에 숨어 있는.... 민희의 그것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를 꼬며 무릎이 세워서는... 연신 감추느라 정신없는 민희....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오히려 더 가려져서는.... 자세히는 커녕 얼핏 엿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우선 지금은... 이대로 바로 내려가는 건.... 무리인 듯 싶었다. 약간... 여유를 가지고... 민희를 달래는 시간이... 제일 먼저 필요할 것 같았다. 뭐 생각해보면.... 그녀 또한 남자 앞에서.... 이렇게 벌거벗은 것은 처음일 테고.... 또한 그 부분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민희의 마음을 토닥거리고 비록 내 자신은.... 활활 욕망에 불타고 있는 상태였지만.... 아직도 오빠로서 성욕에만 휩싸여 단지 육체적인 향락만....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어필하고 싶었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지금은.... 예쁘게 포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위로 올라가 민희를 끌어안았다. 물론.... 엉덩이는 살짝 뒤로 빼고서.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가만히 내 품 안에 안겨 있었다. 어찌 됐든 여기까지 온 것도.... 나름 큰 진전이었다. 부끄럼이 많고.... 수줍음으로 낯도 가리던 민희에겐.... 이 또한 엄청난 용기를 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잠시 뒤로 미루고.... 그녀를 안고 토닥이며 칭찬해주고 싶었다. 가만히 그렇게 안은 채....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불을 덮지 않고 있어서 였을까.... 약간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방 안 공기 속에서.... 그녀의 몸은 더욱 따듯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연약한 민희가 혹시나 추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 위로 이불을 다시 덮은 뒤..... 가까워진 상태로.... 다시 몸을 밀착한 채로.... 서로의 심장 고동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 옛날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종종 많이 사왔었다. 양계장에서 비리한 병아리들을.... 받아서 파는 것이라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며칠 안에 대부분 죽어 버리는... 허약한 애들이라는 것도 전혀 모른 채.... 삐약삐약 거리는 울음소리에.... 솜털이 뾰송뾰송한.... 새끼 병아리들의 귀여움에 홀랑 넘어가서는..... 주머니 속 얼마 안 되는 용돈을 탈탈 털어서.... 병아리들을 담은 상자를 집으로 가져왔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 두 분은.... 쓸데없는 것을 사왔다고 잔소리 하셨지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가장 슬픈 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굳어져 버린 아이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사실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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