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엄마 혹은 여자
21편. 엄마 혹은 여자
얼마 안 있어 치킨이 배달왔다.
엄마랑 나는 어색하게 쇼파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점심은 먹었지?”
“응.”
“아직까지 저녁 안 먹었으면 배고프겠네. 얼른 먹어.”
“첫 월급 기념으로 엄마한테 사주는 거잖아. 엄마도 많이 먹어.”
“응. 고마워. 아들한테 치킨도 다 얻어 먹네... 맛있게 먹을게.”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섹스의 흔적이라도 찾듯이.
목 부분도 살펴봤다. 다행히 키스마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커다란 가슴에 시선이 갔다.
테이블 위에 살짝 올려진 가슴이 어쩐지 오늘따라 더 커 보였다.
남자를 만나니까 가슴이 커 보이게 만드는 브래지어를 했을수도 있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데 나는 만지지 못한다.
김성진은 좆나 만졌겠지. 엄마 가슴인데 자기 것처럼...
밥 먹으면서도 만지고, tv 보면서도 만지고, 아무 이유 없이
손이 심심하니까 그냥 만지기도 했겠지.
원래 여자 가슴은 그렇게 만지는 재미가 있으니까.
내 여자 가슴이니까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막...
엄마는 다리는 나 먹으라고 건네주고 다른 부위를 집었다.
“사귄 지 얼마나 됐어?”
엄마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듯 콜록거리더니 콜라를 마셨다.
“아직... 한 달도 안 됐어.”
“그 아저씨는 몇 살이야?”
“마흔 두 살.”
“왜 헤어졌었는데?”
“그냥...”
“그냥이 어딨어.”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성격이 안 맞았다는 걸까.
너무 싫어져서 헤어졌으면 다시 만날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왜 헤어졌고, 왜 다시 만나는 걸까.
차라리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게 낫지 않나.
설마 성격은 잘 안 맞았지만 섹스는 잘 맞아서 다시 만나는 건 아니겠지?
엄마를 다시 유심히 봤다. 엄마는 몸매가 좋고,
웃는 얼굴도 야했지만, 섹스를 밝히는 여자 같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든다.
그러니까 엄마는 굳이 따지자면 이사라 같은 느낌의 여자가 아니라 박서현 같은 느낌의 여자다.
여자를 섹스용, 연애용, 결혼용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할 때 이사라는 섹스용, 박서현은 섹스와 연애용, 엄마는 섹스와 결혼용이다.
솔직히 엄마가 이사라 같은 여자였으면, 설령 엄마가 나를 정말 친아들처럼 생각한대도 이미 우리 둘은 섹스하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엄마는 배가 고팠는지 벌써 두 번째 조각을 집어 들었다.
심기가 여전히 불편했지만 그래도 내가 사준 치킨을 잘 먹는 걸 보니 좋았다.
“엄마. 나도 돈 모아서 차 살까?”
“차? 갑자기 왜.”
“차 사서 엄마랑 놀러 다니고, 내가 엄마 학원까지 바래다주기도 하고 그러면 어떨 거 같아?”
“엄마 차 타면 되지.”
“엄마 차 타는 거랑 내 차 타는 거랑 다르지.”
“차 필요할 때 빌려줄게.”
“아, 그런 말이 아니라고.”
나도 모르게 살짝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양념치킨을 계속 맛있게 먹었다.
엄마의 오른쪽 윗입술에 양념이 묻어, 손을 뻗어 입술에 묻은 양념을 닦아줬다.
“묻었어.”
엄마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내 손길을 피하진 않았다.
“응... 고마워.”
내 손에 묻은 양념을 빨아 먹었다.
엄마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걸 봐서 그런지 입맛이 사라져서 그냥 엄마가 치킨 먹는 걸 계속 바라봤다.
엄마. 오늘 김성진이랑 섹스했지?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면 엄마는 지금 먹은 치킨을 다 체할지도 몰랐다.
그 남자 집에 가서 했을까? 아니면 모텔?
몇 번 했을까. 40대 초반 남자도 좆나 많이 할 수 있나?
아무리 많이 해도 나보다 많이 못 할 건 확실했다.
김성진은 되고 나는 왜 안돼.
그렇게도 물어보고 싶었다.
나도 하고 싶어. 나도 엄마랑 하고 싶다고...
“태영아. 그렇게 치킨 노래를 부르더니 왜 안 먹어?”
내 속도 모르고 치킨 얘기만 하는 엄마가 답답했다.
“입맛 없어.”
“저녁 차려줄까?”
“아, 됐어. 그리고 밥 얘기 좀 그만해!”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배고플까 봐 걱정돼서 그랬지.”
엄마가 시무룩해졌다.
엄마를 위해서 치킨을 사준 건데 내가 너무 성질만 부리긴 한 것 같다. 미안해서 아무거나 집어 들고 한입 뜯었다.
“태영이가 사주는 거라 그런지 더 맛있네.”
“앞으로 자주 사줄게.”
“아니야. 차곡차곡 돈 모아.”
“치킨 삼만 원도 안 해.”
침묵이 이어졌다.
사실은... 엄마가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가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것에 당연히 질투도 났지만, 그보다는 엄마가 나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걱정이 컸다.
나도 이제 다 커서 돈도 번다. 더이상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가 아니다.
엄마가 지금 당장 이 집을 나가서 우리가 남남처럼 산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만약 다른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애까지 낳으면?
그땐 나 같은 가짜아들, 제 앞가림할 줄 아는 가짜아들은 말 그대로 짐만 되겠지.
엄마는 괜찮다고 해도 엄마의 남자가 나를 거부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엄마가 ‘너한테 할 만큼 다했으니 나는 이제부터 내 인생 산다’라고 해도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그러면 좆나 배신감 들고 슬프겠지만, 엄마 인생에 방해가 되고 짐이 되는 건 죽기보다 싫으니까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처럼 엄마랑 함께 살고 싶다. 이왕이면 섹스도 함께 즐기고.
만약에 앞으로도 이렇게 섹스를 못 한다 해도 그래도 엄마랑 살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엄마.”
엄마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결혼 같은 거 하지 말고 나랑 평생 살자... 마음은 그랬지만 해줘야 할 말은 따로 있었다.
“태영아. 왜?”
“엄마 혹시 결혼하고 싶은 남자 있으면 해도 돼. 그 남자가 나는 못 받아준다고 해도 당연히 이해해.”
“유태영.”
“나는 절대 엄마 인생 방해하고 싶지 않아.”
“너, 왜... 왜 그런 소리를 해. 네가 엄마 인생을 언제 방해했다고. 그런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나 이제 애 아니야. 돈도 벌잖아. 엄마 없다고 해도 앞가림할 수 있어.”
엄마가 충격받은 얼굴로 나를 봤다. 왜 저런 표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엄마는 새로운 남자랑 절대 결혼 같은 거 하지 말고, 계속 내 옆에서 내 엄마로 살면서 밥 차려주고, 빨래해달라고 해야 충격인 거 아닌가.
“그러니까 내 말은 나 때문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뭘 얽매여? 그런 거 아니야. 태영이가 엄마 인생 방해한 적도 단 한 번도 없고. 그동안 그렇게 생각해 온 거 아니지? 응?”
“아니 혹시 나중에라도...”
“엄마한테 태영이는 너무 소중한 존재야. 그냥 하는 말 아니야.”
“알아.”
“아는데 속상하게 왜 그런 소리를 해.”
엄마의 눈이 조금 빨갰다. 울음을 참는 것 같다.
막상 엄마한테 이런 소리를 들으니 고맙고 안심이 되긴 했다.
“엄마는 항상 태영이가 제일 먼저야.”
“...”
“태영이 네가 독립하고 싶어서 나가 살거나 나중에 결혼하면 그때는 당연히 떨어져 살아야겠지만, 다른 이유로 우리가 따로 살거나 헤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인 사람...
그 말이 좋았다. 엄마한텐 내가 첫 번째.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김성진이랑 아무리 섹스를 해도 혹은 다른 남자랑 섹스를 해도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는 소리 아닌가?
어쨌든 나한텐 그렇게 들렸다.
“엄마.”
“응.”
“나 안아주면 안 돼?”
사심만은 아니었다. 정말로 ‘엄마’의 따뜻한 포옹을 받고 싶었다.
엄마는 살짝 놀란 것 같았지만 그래도 표정이 굳거나 그러진 않았다.
“어리광부리는 거야?”
“싫으면 말고.”
거절할까 봐 긴장했는데,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서 내 옆으로 왔다.
그리고 나를 꼭 안아줬다.
오랜만에 엄마 품에 안기니까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좋았다.
물론 나는 이제 너무 커서 엄마 품에 잘 안기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가 내 몸에 매달려 있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엄마가 작게 느껴지니까 더 귀여웠다.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운 엄마의 몸을 나도 같이 껴안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껴안아 버리면 자제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엄마가 안아준 그대로 몸이 굳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진짜 많이 컸다. 우리 태영이.”
“엄마는 작아졌어.”
엄마가 웃었다.
“엄마 안 작아졌어. 그대로야. 태영이가 커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엄마.”
“응, 태영아.”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또 언제 이런 순간이 올지 모른다.
엄마는 늘 잔소리를 하면서 분위기를 깨니까.
“나...”
“응.”
“나 엄마 좋아해.”
나를 껴안고 있는 엄마의 몸이 확 굳었다.
이럴 줄 예상했지만 정말 말하고 싶었다.
내 마음을 한 번쯤은 이렇게 그 어떤 부연설명도 변명도 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들이 엄마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나.
물론 내 마음은 그 마음과는 다르지만, 엄마는 그냥 모르는 척 보통의 아들이 엄마에게 하는 소리로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말하고 나자 심장이 좆나 빨리 뛰었다.
고백을 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엎드려 절받기라 해도 엄마한테서도 듣고 싶었다.
“엄마도 나 좋아하지?”
아들을 안 좋아하는 엄마는 없으니까. 엄마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하지만 엄마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 이유를 잘 알면서도 마음이 초조했다.
“엄마도 나 좋지?”
만에 하나 아니라고 하면 패악질 부릴 작정이었다.
그러면 나 같은 건 이제까지 왜 키웠냐고, 그냥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버리지 그랬냐며...
하지만 착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줬다.
“그럼... 당연히 좋아하지.”
엄마는 최선을 다해 태연한 척 말했다.
그렇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를 안은 몸도 떨렸다.
엄마가 얼른 포옹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먹을 거야?”
급하게 테이블을 정리하는 엄마가 내 눈을 보지 못 했다.
“아니.”
“그냥 냅둬. 엄마가 치울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엄마가 거실과 부엌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쳐다봤다.
엄마의 얼굴이 빨갰다.
허둥지둥하느라 콜라 캔을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다행히 콜라는 다 마셔서 비어있었다.
엄마만 그런 게 아니라 내 마음도 비슷했다.
너무 떨려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에 후회는 되지 않았다.
조금 더 멋지게 말할 걸 그랬나 하는 마음만 조금 들었다.
“엄마. 도와줘?”
“아니야. 됐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엄마의 엉덩이와 가슴이 오늘따라 더 출렁거리는 것 같다.
싱크대에 서 있는 엄마를 보니 뒤에서 껴안고 싶었다.
가슴을 꽉 움켜쥔 채 엉덩이에 자지를 비비고,
내 손에 다 차지도 않는 큰 가슴을 질릴 때까지 만지고 싶다.
저 상태 그대로 엎어두고 박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지도 모른다.
‘지이이잉’
어디선가 희미하게 진동 소리가 났다.
내건 무음이니까 엄마 휴대폰일 것이다.
엄마는 물소리 때문에 아예 못 듣는 거 같다.
몰래 엄마 방으로 갔다.
화장대 위에 올려진 휴대폰 스크린에 ‘성진씨’라고 떠 있었다.
엄마에게 가져다주려다 충동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혹시 태영이?]
“네.”
[아까 봤던 김성진이야.]
“네.”
[은선이는...?]
“씻고 있어요.”
[아. 좀 이따 다시 전화해야겠네.]
누구도 전화를 끊지 않아 이상한 침묵이 이어졌다.
“엄마 씻는 데 좀 오래 걸려요.”
그냥 쓸데없는 말을 했다.
뭐라도 말해서 김성진을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래?]
“네.”
[왜...?]
김성진이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원래 엄마 씻을 때 오래 걸려요.”
한동안 또 말이 없던 김성진이 '그럼 끊을게.' 하며 드디어 전화를 끊었다.
유치하다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딱히 이긴 기분은 들지 않았다.
방에서 나오는데 막 설거지를 끝내고 뒤돌아본 엄마가 나를 발견했다.
엄마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냉장고를 열면서 딴짓했다.
아들한테 고백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가 귀여웠다.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엄마.”
“어, 응.”
“아까 그 아저씨한테 전화 와서 내가 받았어.”
냉장고 안을 보던 엄마가 천천히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랬냐고, 무슨 얘기를 한 거냐고 묻고 싶은 표정이었다.
“좀 이따 다시 전화하겠대.”
“그래...”
“엄마.”
“응.”
“얼굴이 엄청 빨개.”
엄마는 ‘좀 덥네’ 하면서 냉장고를 그대로 열어두고 방으로 도망쳤다.
도망쳐봤자 같은 집이다. 저 문도 마음만 먹으면 부숴서라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엄마가 내 여자, 내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