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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season2. 19. 각자의 셈법(5)


season 2 19. 각자의 셈법(5) 송지연은 일순간 뇌가 정지되는 것 같은, 모든 사고와 의식이 증발하는 섬망 증상을 느꼈다. 하으응!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또 잔뜩 싸버렸다. 기찬의 자지 위에 앉은 채로 차 시트를 흠뻑 적셨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하아, 하아, 하응. 기찬의 목에 매달린 채로, 그녀의 전율은 멈추지 않았다. 부들부들. 덜덜덜. 정수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전류가 관통한 것 같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큰하고 찌릿한 절정의 쾌락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의 굉장한 오르가슴이었다. ‘더, 조금 더 느끼고 싶어.’ 흐으음. 몸도 마음도 조금 진정이 된 후, 그녀는 기찬의 넓은 가슴에 안겼다. 그래, 이게 그리웠던 거다, 그런 생각이 절로 샘솟았다. 마침 기찬의 세심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등과 엉덩이, 목덜미와 귓불을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흐응. 다시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싸지른 축축함을 인식했고, 뒤늦게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미 ,미안해요.” 기찬의 입장에선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한 상황이 되었지만, 그도 그 의미를 알았다. 그래서 별일 아니라며 다독여주었다. “괜찮아요. 옷이야 세탁하면 되고, 차 시트는, 글쎄, 그냥 둘까 봐.” 그 말에 송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농담이겠지? 하는 표정으로 기찬을 바라보자, 기찬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쪽. “뭐, 그냥. 기념이랄까.”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 송지연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내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미친.’ 자신과 잠자리 후, 벤츠를 사주겠다, 에르메스로 도배를 해주겠다, 매달리는 남자들이 거의 다였다. 진짜로 집문서를 내놓은 늙은이도 있었다. 평생 떵떵거리면서 살게 해주겠다면서 말이다. 그들이 바라는 건 하나였다. 송지연, 자신의 마음을 소유하는 것. 하지만 그녀는 어떤 것에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마음에 닿기는커녕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잡소리였다. 오히려 그런 제안들이 하찮고 같잖게 여겨졌다. - 섹스는 하되, 사랑은 용납할 수 없다. 송지연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문이었다. 그래서 지금껏 누구에게도 마음 열지 않고 잘 살아왔다. 단 한 번의 흔들림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실이 그녀의 자부심이 되고 자존감이 되었다. 그런데, 고작 애들 소꿉장난 같은 기찬의 말에 마음이 두근거리다니…. 왜 기찬에게만은 자꾸 설렘을 느끼게 되는 건지, 그때마다 늘 난감하고 당혹스러웠다. 지금도 그랬다. 그래서 빠르게 이유를 생각했고, 수긍이 가능한 답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래. 역시 이 자지 때문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기찬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 찾아낸 합리화가 기찬의 명품 대물이었다. 그것 때문에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고 자위했다. 그건 그의 대물을 맛본 여자라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 이유였기 때문이다. 결국 기찬의 자지에서 생각의 흐름이 멈춘 그 순간, 문제의 그 명품 대물이 아직 자신의 질 안에 있다는 걸 새삼 인식했다. 아응. 저절로 콧소리가 났다. 이 남자의 대물이 제 몸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랫도리가 뜨거워졌다. 말랐던 질 안이 금방 다시 촉촉해지기 시작하더니, 그 변화를 느꼈는지, 기찬의 기둥이 성을 내기 시작했다. 흐응. 그녀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기찬의 품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기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지에 힘을 줬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 정도만으로도 지금은 송지연을 절정으로 치닫게 할 수 있었다. 하아, 아흣! 송지연은 몸 구석구석으로 차르르 번지는 절정의 여흥을 만끽하며, 기찬의 어깨와 등, 가슴 등을 매만졌다. 참 단단한 가슴이고 몸이구나. 이 굵은 팔, 팔뚝, 학생 때 복싱 챔피언이라더니, 그렇구나. 꼭 낮잠 직전의 몽롱한 기분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의식이 좋았다. 그런데 또 그 기분 좋은 느낌 끝에는 설렘이 훅 치고 들었다. ‘아, 이러면 안 돼.’ 그녀는 혼자 화들짝 놀라며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엉덩이를 천천히 들어 기찬의 자지에서 벗어났다. 쯔읏. 항. 안 그러려고 해도, 저 거대한 물건이 질에서 빠질 때면 소리를 안 내려야 안 낼 수가 없었다. 지금껏 상대한 남자들은 그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거짓으로 소리를 내거나 표정을 지었지만, 기찬과는 그 반대인 것이다. 처음엔 그게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섹스에 관해서는 제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받아들였다. 대신 지금은 다른 이유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기찬을 호빠 에이스로 오해하고 처음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혔던 일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불쑥불쑥 그때의 일이, 말이, 그런 자신을 바라보던 기찬의 시선이 떠올라 진저리를 치며 허공에 발길질해야 했다. 그런데, 이불킥을 하다 보니, 기찬에 대한 마음이 살짝 들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지금은 습관처럼 되어버린 그 혼잣말을, 그때 처음 했다. - 나 왜 이래? 미친 거 아냐? 그렇게 혼잣말이라도 삭이고 나면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젠 그걸로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제 마음을 흔들고 있다고, 이러다가는 마음을 빼앗기게 생겼다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정말로 걷잡을 수 없이 관계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두려웠다. 사랑. 나락으로 떨어지는 문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감정 아니던가. 실제로, 남자에게 마음을 연 후 무너지고 골로 간 여자들, 많이 봐 왔다. 자신이라고 그 꼴이 되지 말란 법이 없었다. 아니, 분명 그리될 거라고 확신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지금까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무릎 꿇고 삶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남자가 몇이던가. 하지만 송지연은 마음먹은 것처럼 기찬을 차갑게 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살갑게 그에게 매달리는 자신을 느꼈다. ‘하아. 이러면 진짜 나가린데….’ 보지를 꽉 채우고 있는 그의 자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흐응. 절로 벌어지는 제 입술이 야속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이 한없이 물러졌을 때, 기찬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하나만 물어볼게. 아까 호텔, 왜 갔던 거야?” * * * 김하익에게 카메라를 건네주기로 되어있던 송지연은 기찬과의 섹스 후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급히 약속 장소를 변경했다. 사무실이 아닌 다른 호텔에서 보기로 한 것이다. - 누가 미행하는 것 같아 차를 빙빙 돌리느라 그렇다고 하면 돼. 기찬이 알려준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호텔 객실에서 나온 시간부터의 알리바이를 분 단위로 만들어줬다. 송지연은 가만히 경청하면서 속으로 감탄만 했다. 역시, 서울대 의대생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송지연은 차 안에서 기찬과 나누었던 아주 잠깐의 대화를 떠올리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그가 최면술을 부린 것도 아닌데, 어쩌자고 그렇게 묻는 대로 다 대답한 건지,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게 아닌지, 어이가 없었다. 이 사실을 김하익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뒤늦게 걱정이 들었다. ‘난 대체 왜…?!’ 순간, 맞은편 차량의 상향등이 눈을 감게 했다. “윽. 미친 새끼가 왜 상향등을 켜고 지랄이야!” 깜짝 놀란 그녀는 산만하기만 한 생각들을 털어내며 운전에 집중했다. 하지만,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그 순간이 곱씹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후우우. “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문을 연 건가?”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룸미러로 제 얼굴을 보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 모습이 또 이해되지 않아 성질대로 한마디 했다. “미친년.” * * * 기찬은 주차장 출구 밖에 주차해 놓은 차 안에서 김하익의 차량이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덩치는?’ 차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김하익이 직접 운전하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다. ‘저 여자가 이수정이라는 애겠고.’ 그래서 기찬의 의문은 엘리베이터에서 김하익과 함께 있던 사내는 어디로 갔는지로 이어졌다. ‘설마, 잠들어 있는 오명환을 어떻게 했을 리는 없고….’ 듣기로, 김하익이 원한 건 오명환의 수첩 내용과 그를 협박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원했던 것들을 갖게 됐으니, 지금 굳이 오명환에게 위해를 가해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 의문을 따라가다 보니, 다시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왔다. ‘왜 오명환을?’ 그러자니 두 사람의 관계부터 다시 추측해야 했다. 처음 승강기에서 김하익을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일이 과연 김종태 회장의 지시였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기찬의 생각이 길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풍영그룹의 후계자 경쟁에서 형제들을 제치고 싶어 벌인 일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나저나, 수첩에 어떤 내용이 있는 걸까?’ 기찬은 생각을 이어가면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핸들은 김하익의 차가 사라진 곳이 아닌, 반대편으로 꺾였다. “지금 김하익의 손에 들어간 건 저 여자가 건네준 캠코더. 수첩 내용은 송지연의 카메라에….” 기찬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송지연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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