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season2. 68. 빈자리(1)
season 2
68. 빈자리(1)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좁은 공간이었어도 기찬의 손아귀 힘에 팀장의 얇은 겉옷과 셔츠는 손쉽게 찢겨졌다.
갑작스럽기도 했고, 거칠었던 행동이었던 만큼 서두르는 이유도 필요했다.
“젖은 옷은 오히려 체온을 빼앗습니다.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체온이 떨어져요. 그다음에는 다시 체온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옷을 벗어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 의대생입니다. 아시겠지만, 지금 부끄럽고 뭐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에요.”
그 말이 믿음을 줬는지, 팀장의 머뭇거림이 사라졌다.
그녀는 최대한 기찬의 움직임과 맞춰 찢어놓은 셔츠를 벗고 낑낑대며 바지도 벗었다.
그런데 뜻밖에 왼쪽에서도 움직임이 느껴졌다.
기찬은 뒤늦게 방보연이 뭘 하는지를 알고 기함했다.
“아니! 당신은 벗을 게 뭐 있다고?! 그냥 있어요!”
팬티는 왜 벗는 거야? 바보야?
* * *
난리였다.
뉴스 속보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은 온통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생중계했다.
방송 화면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좀처럼 믿기지 않아 했다.
사고 4일째, 여전히 대한민국은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TV를 틀면 하루 종일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붕괴 현장이 화면에 잡혔다.
구조 활동 소식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이번 사고에 대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대부분 분노와 질타였다.
사고 원인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초구청 건축과 담당 공무원들이 잡혀들어갔다.
그리고 사망자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사망자의 이름 등 신원이 공개되면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서울, 특히 강남 지역의 구청, 경찰서와 파출소, 동사무소에는 실종신고와 함께 백화점 붕괴 사고의 피해자 가족으로 추측되는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이었다.
“설마,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김정희는 딸 유나와 함께 수원 시청 상황실에 있었다.
새롭게 발견된 사망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맞아, 언니. 아니야. 기찬이는 분명 다른 데 있을 거야.”
김주희도 실신 직전의 언니와 나란히 앉아 함께 가슴을 졸였다.
가족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하루이틀 지났을 때만 해도 설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관련이 있을 거로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마침 그런 말도 안 되는 큰 사고가 나서 괜히 신경이 쓰이는 거겠거니 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되면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 전화해 알아보고, 기찬의 책상을 뒤져 명함첩을 발견하고는 몇몇 회사에도 전화를 해봤다.
먼저 학교에서는 기찬이 마지막 학과사무실에 들렀던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필 삼풍백화점 사고 있기 몇 시간 전이었다.
그리고 단서가 될 만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스타레코드’라는 회사였다.
기찬이 그 회사에서 정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사고 당일 기찬이 그 회사 소속 가수와 약속이 있었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기찬의 실종 사실을 가족으로부터 전해 듣고는 많이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실종신고부터 하시라고 말을 해줬고, 정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실종신고를 한 것이다.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이야.’
울다 지친 정희는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제 아ᄈᆞ와 보트 사고로 죽을뻔한 게 고작 몇 년이나 됐다고 또 이런 끔찍한 일을 겪는단 말인가.
무슨 팔자가 그런 건지, 사주라도 보고 점괘라도 쳐 봤어야 되는 건 아니었나 후회가 됐다.
무엇보다, 자책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떤 엄마가 제 아들이랑 붙어먹어? 부정 타서 그래.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미친년이지!’
액이 끼면 다들 자신을 돌아보기 마련이다.
인간의 본성 같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다들 비슷한 자책을 하고 있었다.
‘기찬아. 이모가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벌을 대신 받나 봐. 미안해.’
주희는 괜히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기찬이 무사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속으로 연신 기도를 올렸다.
‘오빠, 제발 살아만 돌아와. 내가 더 잘할 게. 질투도 안 하고, 오빠 말 잘 들을게!’
그나마 아직 어려서인지, 유나는 죄책감은 없었다. 다만, 혼자 마음 속으로 오빠를 오로지 자신만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던 게 후회됐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두 기찬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바랐다.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기찬을 위해 남은 삶을 다 바치기라도 할 것처럼.
* * *
“정말이야? 명단 확인했어?”
김하익이 이태석의 보고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 사고 당일 실종신고 된 명단과 사망자 신원이 계속 일치하고 있다 보니….”
말끝을 흐리는 이태석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김하익은 작게 침음을 흘리고는 생각했다.
‘이거, 투자 실패로 봐야 하는 거야?’
기찬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김선주도 포기하고 그녀의 회사 지분도 포기했다.
그런데 누구의 농간인지 자신은 아무것도 갖질 못한 채로 지분만 손해 봤다.
누군가 그 농간의 설계자가 기찬이라고 일러주었지만, 김하익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기찬이 무슨 수로?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애송이가?
아무리 수능 만점에 서울대 의대생이라지만, 그건 공부의 영역이지 사회생활의 범주에서는 하찮은 만큼 작은 능력일 뿐이다.
최소한 김하익의 상식으로는 그랬다.
온갖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이 비즈니스 생태 환경에서 기찬이 무슨 수로?
더구나 아버지 앞에서 기찬은 자신을 두둔했다.
아직 온전히 자신의 사람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뿌듯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해서, 그런 말을 들으니 또 의심이 싹트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기찬을 여러모로 감시했다.
정말로 기찬에 대한 의심이 커서라기보다, 송지연이 그랬던 것처럼, 기찬도 아버지에게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기찬이 죽는다고?
무슨 감정인 건지, 김하익은 제 마음을 제가 알 수 없었다.
“허어, 참.”
헛웃음을 삼킨 김하익이 이태석에게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그, 김선주 미행해 봐.”
“네? 스타레코드 대표를 왜…?”
이태석의 어정쩡한 질문에 김하익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 하라면 좀 해! 이해가 안 되면 시키는 거나 잘하라고!”
사장의 면박에 이 실장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방을 나왔다.
“네, 사람 붙이겠습니다.”
이태석이 나가고, 김하익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
연기를 길게 내뱉고는 쓴 입맛을 다셨다.
“그 자식한테 나보다 더 투자를 많이 한 게 그년이니까. 어쩌나 보려는 거지. 뭘 따지고 있어. 새끼.”
김하익에게 이태석은 더 이상 믿음직한 수하가 아니었다.
그날, 아버지 보는 앞에서 기찬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지면서부터 그랬다.
물론 주먹으로 측근을 줄 세우는 건 아니지만, 워낙 험한 경우를 많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꽤 중요한 덕목인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기찬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명석한 데다 주먹까지 갖췄으니, 그야말로 딱 원하던 인재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빛을 봤다.
“노인네. 욕심은 아무튼. 쯧. 아마 죽는 순간까지 다 쳐 가지려고 할 거다. 썅.”
그는 담배 연기와 함께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인터폰을 눌렀다.
“회장님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박 대리 올려보내.”
-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아마 아버지도 이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TV 뉴스보다 정보가 더 빠른 게 아버지일 거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기찬이는 안 뺏긴다고 했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야? 젠장. 어이구, 내 팔자야.”
김하익은 기찬에 대한 자신의 집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뭔가에 매달려본 적이 있던가?
없다. 처음이다. 뭔가에 매달려본 게.
그래서 더 당혹스럽고 자꾸 짜증이 나고 화가나고 애가 타는 것이다.
‘그깟 녀석이 뭐라고….’
그는 여전히 제 마음을 가늠하지 못한 채로 사무실 안쪽, 자신만의 휴게실로 들어갔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장님. 부르셨나요?”
나긋한 목소리가 만 앞에 서 있었다.
김하익은 들어오라고 일렀고, 박 대리는 속옷 차림으로 누워있는 김하익의 옆으로 가 나란히 누웠다.
“안마부터 해 드릴까요?”
자주 있던 일인지, 박대리는 자신의 앞섶 단추를 풀며 상냥하게 말했고, 김하익은 다짜고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흥.”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뒤통수를 당겨 자신의 아랫도리에 가져다 댔다.
“빨아.”
박 대리는 아무 말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김하익의 팬티를 조심스럽게 당겨 내리고는 아직 다 서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흠.
쩝, 쫍.
“으음.”
김하익이 옅은 신음을 뱉었다.
여자의 따뜻한 입 안에서 자신의 자지가 노곤하게 늘어지는 느낌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후우우.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바로바로 풀어야, 병 안 걸리고 오래 산다.
아버지가 그렇게 살았다.
‘그러니까 그 나이에도 정정하지. 씨발.’
보고 배운 게 다 그런 거다.
도박으로 풀 성질의 스트레스는 아니고, 골프는 귀찮고, 지금은 이게 딱이다.
“그만, 팬티 벗고 올라와.”
흥이 오른 김하익의 말에, 박 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아직 안 젖었는데, 괜찮으세요?”
김하익은 짜증이 났다.
뻑뻑한 보지는 사양이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거기 오일 있잖아!”
“아, 네. 죄송합니다. 사장님.”
박 대리는 얼른 팬티를 벗고 서랍에서 오일을 찾아 제 보지를 적셨다.
그러고는 겨우 세워놓은 자지가 시들지 않도록 얼른 올라탔다.
하읏.
일부러 신음을 연기했다.
보지에 들어간 자지가 하찮게 꿈틀댔다.
그래도 내색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어머! 어떡해! 너무 커!”